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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Nov 17. 2020

여자들이 모인 곳은 좀 피곤하다는 당신에게

“여자들이 모인 곳은 좀 피곤하잖아요?”     


약 8년 전쯤, 미국에서 유학생 와이프로 살 때 들었던 말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 역시 미국으로 공부하러 온 남자의 아내였는데, 마치 제3의 집단을 평가하듯 자신은 그렇지 않은데 남들이 그렇다는 것처럼 말했다. 내가 볼 때 그녀는 피곤함을 만드는 데 최전방에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의를 바라고 물은 질문에 차마 “당신도 한몫” 하잖느냐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비슷한 말이 여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남자에 비해 말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이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자의 특성이 조금 방향을 잘못 잡으면 어떤 개인은 피곤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 떠올려 봐도 “만나면 좀 피곤한” 친구가 몇 생각난다. 남의 말을 쉽게 전하거나 자기 이야기만 너무 많이 하는 스타일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여자들이 모인 곳”의 대표적 특성으로 여겨도 될까? 남자들이 모인 곳은 쉽기만 할까? 설마. 아닐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관계 맺기 속에 쌓이는 스트레스나 피로감은 있기 마련이다. 이는 특정한 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성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와 사는 기간이 길다 보니 이와 비슷하게 “한국 사람이 모인 곳은 더 피곤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국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한국말을 쓸 테니 의사소통도 훨씬 잘 되는 반면, 기분 상할 말도 잘 들릴 것이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있으면 아무래도 한국말보다는 덜 들려서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반론할지도 모르겠다. 경험해 보니 진짜 그랬다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그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주장을 막을 생각은 없다. 본인이 그렇게 느꼈으면 그런 거다. 다만 “여자들” 혹은 “한국사람” 안에 그 말을 한 여자도, 나도 들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바꿔 말해 나 역시 누군가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쉽게 위와 같은 말을 했다가는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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