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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an 11. 2021

이 시국에 한국에서 영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생소한 공항 풍경 & 어이없는 영국 입국 심사

영국에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와 세상이 시끄러울 무렵, 한국에서 그곳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 엄혹한 시절에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닐 텐데요, 집이 영국인지라 선택의 여지는 없었답니다. 2020년 11월에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갔었고요, 지난주 제가 사는 곳 - 영국 스코틀랜드로 돌아왔어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제가 사는 곳은 한국에서 직항이 없답니다. 경유를 해야 하는데요, 한국으로 갈 때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갈아탔고요, 돌아올 때는 카타르 도하에서 바꾸어 타고 왔어요. 원래는 올 때도 터키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자꾸 바뀌는 바람에 카타르 항공으로 변경을 했어요. 타야 할 비행기 두 편 중 하나만 바뀌어서 까딱하다가는 터키에서 이틀이나 호텔 신세를 질 뻔했거든요. 결론적으로는 신의 한 수가 되는 선택이었답니다. 이유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생소해도 너무 생소해 - 텅 빈 인천 공항 풍경 


왼쪽: 주차장 / 오른쪽: 발권 데스크


인천 공항 풍경이에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타야 할 비행기가 밤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비행기 타고 어디를 가는 분들도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주차장도 텅텅 비어 그 어디든 원하는 곳에 주차를 할 수 있는 지경이고요. 


보고 있자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 좋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머문 한 달 반 동안 거리에 쫙 깔려 있는 식당들이 밤마다 텅 빈 것을 보느라 정말 안타까웠거든요.  





짐과 열 체크를 하여 출국 심사를 마치고 들어온 곳 역시 사람이 너무 없어 살짝 무섭기도 하답니다. 저녁 9시의 모습이에요.  



제가 타고 온 비행기 내부의 상황은 이랬답니다. 300석도 넘는 자리에 30명도 안 되는 승객이 타고 왔어요. 그 덕분에 의자 세 개를 붙여서 누워서 잘 수는 있었지만 일상의 모습이 아닌지라 마음은 계속 불편하더라고요. 지금 가면 정말 한동안은 한국에 오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착잡한 심정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도 계속 나고 이번에 얼굴도 못 보고 온 친구, 선후배들 생각도 났어요. (일 때문에 간 것인 데다가 코로나로 인해 부모님과 가족들 이외에는 아무도 못 만나고 왔거든요.) 


11시간 반을 밤에서 밤으로 이동하여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경유(스탑 오버) 공항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인천 공항보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새벽에 도착했는데 그때부터 면세점들이 문을 열기도 했고요. 이용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였지만요. 2014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갈 때도 카타르 도하 공항에 들렀던 적이 있었어요. 그땐 발 디딜 틈도 없었지요. 


카타르 도하 공항의 한적한 풍경들


지상에서 두 시간 반을 머문 뒤 다시 탄 비행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답니다. 고객이 거의 없어 한 사람들 서너 자리씩 차지하고 누워서 왔어요. 그렇게 8시간을 또 날아왔네요. 이번에는 낮에서 낮으로요. 해가 가는 방향을 따라 달렸어요. 다행이었던 점은 터키 항공을 탔을 때는 모두 차가운 샌드위치만 먹었는데 카타르 항공은 따뜻한 식사를 주더라고요. 훨씬 좋았어요. 






너무나 허술한 영국 입국 심사 


비행 중 바라본 하늘 아래 


스코틀랜드 도착 20분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

 

영국 입국심사 대기줄 


그렇게 총 21시간을 걸려 도착한 영국 스코틀랜드.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어요. 보통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고요, 탑승객들이 적으니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저는 최소한 열 체크는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없이 그냥 통과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적잖이 놀랐답니다. 


한국에 들어갈 때는 열을 몇 차례 재고, 자가격리 앱을 깔고, 같은 내용의 서류를 여러 번 작성하고도 그냥 못 나가요. 공항 직원이 저를 마중 나오는 가족들 손에 인계를 해야 겨우 나갈 수 있거든요. 14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에도 하루 세 차례 열 체크를 해서 보내야 하고요. 안 그러면 알람 울리고 해당 공무원이 전화를 한답니다. 


한국 같이 꼼꼼하지는 않더라도 간단하게라도 뭐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영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은 하루 6만 명 이상 확진이 되고, 천 명 넘게 사망에 이르는 초비상 사태였으니까요.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열이 나는데도 비행기를 탔다 해도 아무 문제없이 영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접 겪어 보니 한국 방역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실감을 했답니다. 


제가 도착한 날부터 영국 전역은 코로나 5단계가 되어 전면적인 락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 학교도 1월 말까지는 안 가고요, 남편 직장도 마찬가지고요. 필수 상황이 아니라면 카운슬 지역을 나가서도 안 된답니다. 그 말을 저의 상황에 맞게 바꾸어 보자면 중국 마트에 갈 수 없다는 뜻이지요. 한국 마트가 아예 없는 곳이라 그나마 중국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다 먹고 있는데 한동안 못 갑니다. 


그리고 1월 10일부터 영국으로 입국할 때는 코로나 검사 음성 결과서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해요. 원래의 터키 항공 일정이 1월 11일이었어요. 그걸 타고 왔다면 저는 검사를 받고 와야 했겠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검사를 해도 2, 3일은 지나야 결과가 나오는 데다가 그것을 영문 진단서로 받으려면 또 며칠이 걸리거든요. 하마터면 영국에 못 올 뻔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어요. 


영국에서 백신을 맞는 사람의 숫자가 하루하루 늘고는 있지만 이곳의 상황은 좋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 굳이 안전한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온다는 것이 저에게는 역설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마음은 편합니다. 고생을 해도 함께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하루빨리 이 영화 같은 상황이 막이 내리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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