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다”던 동요를 잠시 잊고 있었다. 여름 평균 온도가 15-17℃인 스코틀랜드에 살면 지구가 아무리 뜨거워진다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2020년 스코틀랜드의 여름 기온은 평소와 비슷했다. 하지만 예년보다 집중호우가 잦았다. 하늘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물대포가 짧은 시간에 쏟아졌다. 하수 처리 준비가 잘 돼 있지 않은 나라 곳곳이 물에 잠겼으며 사람들은 기겁했다. 지구는 둥글고 하늘은 연결돼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심각하게 펼쳐지는 기후 변화에 어느 나라도 안전한 곳은 없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뉴욕매거진의 부편집장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쓴 책이다. 앞으로 30년, 50년, 100년 후 지구의 앞날이 어떨지 보여주는 일종의 미래보고서다. 책에 담긴 내용은 지구 종말 수준의 재앙에 가까웠다.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뿜어져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실재가 될 가상현실을 보여 주는데, 너무 끔찍해서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차라리 재난영화의 대본집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인적인 폭염이 일상이 되고 재배 가능한 작물의 수가 줄어들어 빈곤과 굶주림이 일상이 될 것이다. 집중 호우와 해수면의 상승으로 대륙의 일부가 물에 가라앉아 수백만 난민이 생길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산불은 그동안 우리가 목격했던 세계의 산불을 ‘불장난’ 수준으로 만들 것이다. 수백만 종의 동물과 식물이 사라지고 코로나-19보다 더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할 것이다. 이것은 지역적으로 불평등하게 나타나 세계적으로 전쟁과 약탈이 일상이 될 것이다. 책 제목 그대로 거주가 불가능한 지구가 된다.
이 모습은 몇 백 년 후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상황을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다가는 내가 살아생전에 맞닥뜨릴 ‘나의 미래’이다. 은퇴하여 손주들의 재롱을 지켜보며 여생을 편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뜨거워진 지구를 부여잡고 숨을 헉헉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온라인 서점에 실린 책 리뷰 중에 “내용은 이해가 되지만 전달 방식이 잘못되었다”면서 공포와 우울로 몰아넣는 작가의 서술에 반감을 든 독자의 글을 읽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무시무시해서 읽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적을 제대로 파악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듯, 지구 기후의 위기가 얼마만큼 와 있는지 두 눈을 얼굴보다 더 크게 뜨고 바라봐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나부터 달라지겠다. 환경문제에 관심 많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개개인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까 의문이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소해 보이는 실천이라도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최근 시작한 인스타그램에서 지구 위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알게 되었다. 하나씩 따라 배우려 한다.
마음 한 편으로는 내가 몇 가지만 실행하고 만족할 까 봐 두렵다. 이 정도면 되겠지 안심할까 봐 두렵다. 그걸 막기 위해 앎과 행동을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MKYU - 김미경 유튜브 대학에서 [기후변화 전문과] 과정을 수강하고 공부하는 이유다.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지구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죽어가는 것이다.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지 지구가 아니다.
- [2050 거주불능 지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