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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Feb 21. 2022

나의 내면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 허경심

공황장애를 다룬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특히 그것이 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담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요. 제가 직접 겪어 봤으니 공감이 되어서 그렇겠지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극복해 내셨을까? 나와 비슷했을까?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의 저자인 허경심 님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어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는데 아이에게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 보이더래요.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는 태도 말이에요. 그러다가 아이는 따돌림도 당하고 어느 순간엔 가해자가 되어 다른 애들을 괴롭히기도 했데요. 그즈음 작가에게 공황장애마저 찾아왔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한 상황인데요, 엄마는 용감하게 상황을 헤쳐 나갑니다.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고는 아이 또한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거든요.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작가는 본인의 ‘내면 아이’를 만나요. 어린 시절의 자기를 다독이고 지난날과 화해하며 공황장애도 극복했고요, 아이도 더 큰 사랑으로 보듬게 되지요. ‘내면 아이’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인격을 뜻합니다. 


작가가 내면 아이를 만나며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이렇게 용기 있고 용감한 엄마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잘 헤쳐 나갈 거란 생각도 했고요. 이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나갈 거라는 믿음이 강하게 들었답니다.   

   



저 역시 불안장애와 공황을 겪으면서 극복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18편으로 나누어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주로 상황 묘사와 함께 그때 들었던 생각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 줄여나갔는지를 썼었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제가 한 가지를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나의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좀 더 파고들었어야 했는데 전 안 그랬거든요. 아니, 못했던 거 같아요. 특히 과거를 들추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편으론 저에게는 상처나 아픔 같은 것은  없다고도 생각했어요. 나름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아왔는데 웬 상처? 뭔 아픔? 그래서 내면 아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곧바로 '나에게는 그런 건 없다'라고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까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내가 아직 나의 과거와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피하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게 저의 전문 분야였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일종의 방어기제로 그런 것이 발달한 게 아닐까 해요. 뒷면에 숨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 겉으로 보이는 삶은 반짝반짝 잘 닦아놓고 싶었거든요.

     

이런 태도 탓인지 저의 불안장애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요즘도 가끔은 목 이물감과 심장 뛰는 게 느껴지는 증상, 숨쉬기 힘든 상황 등이 찾아옵니다. 때로는 저도 모르게 불안한 장면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상상하기도 하고요. 물론 이제는 증상을 무시하면 곧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불안을 쫓아내는 법도 터득하여 큰 걱정은 안 해요. 하지만 알고 싶어 졌어요. 제 불안의 실체를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몇 주 후 즈음이었을 거예요. 글쓰기 공부를 하려고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내면 아이가 나오지 뭐예요. 마치 온 우주가 저에게 "너도 너의 내면 아이를 찾아 길을 떠나 봐"라고 속삭이며 등을 떠미는 것 같았어요. 올해 제가 정한 목표 중 하나가 심리 서적과 세계명작을 읽는 것이 있는데 그것과도 연결이 되는 것처럼 보여서 우주의 힘(?!)을 또 한 번 실감했어요. 내면 아이와는 상관없이 세운 거였거든요. 


그래서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아직도 울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 저에게도 남아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거예요. 무난했다고 생각했던 인생에서도 내면 아이를 만나는 일이 중요한지, 의미가 있다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아보고 싶어 졌어요. 그러다 보면 제 불안의 원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이 저에게 질문을 했으니 이제는 답을 할 차례입니다. 허경심 작가님처럼 저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면 아이를 만나보겠습니다. 과정을 함께 나눌게요. 




 

내가 고른 책 속의 문장들


*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다. 우리는 나 자신을 알 필요가 있다. 왜 외롭고, 괴로우며, 불안한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메타인지를 통해 나를 관찰해야 한다. 감정의 메타인지를 키우면 나를 연민하고 사랑할 수 있다.      


*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게 자랑스러워." 그토록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단비와 같은 말이었다. 지난날들의 고통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 인생 2회차 아들의 명언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 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무엇을 하였는지 되돌아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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