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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Feb 28. 2022

누구나 치러야 할 삶과의 전쟁

<노인과 바다> - 어네스트 헤밍웨이

책을 읽다가 노인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 그만 나오세요. 

지금 물고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그러다 목숨 잃어요!”     


하지만 저의 말을 들을 어부 산티아고가 아니겠죠?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속 주인공인 그는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어요. 하지만 85일째 먼바다에 나가 자기가 탄 배 보다도 더 큰 고기를 잡습니다. 5m가 넘는 물고기가 살겠다고 도망가는 방향을 따라가며 낚싯줄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산티아고는 며칠 동안 사투를 벌이는데요. 결국엔 잡고 말았지요. 비록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어에게 모두 뜯겨 뼈만 남은 물고기와 돌아오지만 어부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짧은 이야기, 어떻게 보면 허무개그 같이 끝나는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나서 한동안은 제 주변의 모든 것이 노인과 바닷속에 나오는 장면으로 보이는 증상이 생겼어요. 동네 산책하다가 만난 작은 별장을 보면 노인이 살던 오두막 크기가 저 정도였을까? 평소 달고 살던 어깨 통증이 심해졌을 때는 노인이 손에 쥐가 났을 때  통증이 이 정도였을까? 하고 상상했어요. 그만큼 상황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푹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며칠 지나자 다른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왜 노인은 물고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았는지요. 목숨은 누구나처럼 한 개일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인기가 있었을까도 싶었고요.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일! 이것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이자 인생이었던 거예요. 싫건 좋건 기필코 살아내야 하는 삶 말이지요. 물론 고난이 닥치면 어떤 이는 좌절하고 절망하겠지만 산티아고는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어요. 그렇다고 그가 뚝심이 대단하고 영웅 같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독백을 보면 소심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거든요. 애써 잡은 물고기가 상어에게 다 뜯기자 그는 생각합니다.      


“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좋았을 걸, 또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어부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산티아고의 모습이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봅니다. 저도 오늘은 생각합니다. 산티아고의 끈질김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내가 고른 책 속의 문장들


*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 싫은 것으로 말하자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보다 더한 게 있을까. 


*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미인의 이마에 밭고랑 같은 주름살을 파 놓는" 것이 시간이요, 세월이다. 




 「쓰는 사람, 유쾌한 영글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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