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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Nov 01. 2022

작가님 글은 작가님과 닮아 있나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몇 달 전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었어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데 눈물이 나더라요. 엉엉 운 건 아니고 그냥 물기를 머금은 정도로요. 이야기가 안겨준 감동과 여운 때문에요. 

    


소설 안에는 동네 책방 휴남동 서점을 중심으로 책방 주인인 영주와 주변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조금씩 어긋나게 길을 잃은 사람들, 하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며 책과 글을 통해, 요란하지 않게, 다시 길을 찾아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정서가 영주네 가서 맥주를 마시다가 느낀 감정이에요.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휴남동 서점을 처음 찾은 날 받았던 느낌이었다. 왜 이런 느낌이 또 드는 거지. 정서는 이 집에서도 자기가 받아들여지는 것만 같다고 느낀 자체가, 이 느낌을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놀라우면서 슬펐다. 하지만 그녀는 이 슬픔이 좋은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은 어떤 걸까요. 저는 평생 감정에 충실하며 호들갑을 떨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힘들 때조차 최선을 다해 아파하면서 큰 소리로 울고, 극복 후엔 더 큰 소리로 내가 이겼노라고 떠들면서요. 그게 제가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었지요.      


그런데 휴남동 서점에 가면 안 그래도 될 것 같았어요. 말없이 있어도 영주가 혹은 상수가 책 한 권을 권해 주고, 민준이 커피를 내려줄 것 같아요. 꼭 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도 알아줄 것 같아요. 어쩌면 제 방식대로 목소리 크게 투정을 부려도 받아줄 것 같은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북 토크를 하러 온 작가 승우에게 영주가 물어요.      


“작가님 글은 작가님과 닮아 있나요?”      


되게 의미심장한 질문이에요. 저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봤어요.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어쩌다 작가로 불린 지 어언 2년, 브런치 작가로는 더 오래되었거든요. 내 글은 나와 닮아 있을까? 나와 닮으려면 어때야 하는 거지? 


예전 글은 닮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면 다소 엉뚱하고 유쾌한데, 글 속의 페르소나는 자주 심각하고 진지하고 뻔하고 그랬거든요. 요즘은 간극을 좁히고 싶어서 노력 중이에요.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저는 저와 닮은 글을 쓰고 싶어요.    


브런치 작가님들은 어떠신가요? 작가님 글은 작가님과 닮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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