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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Apr 29. 2022

자기 계발서, 다 거기서 거기?

지인 중에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이 있었다. 대신 인문, 문학 분야를 즐겨 읽는다고. 그분의 설명은 자기 계발 서적은 뭘 읽으나 다 똑같은 내용이기 때문에 안 읽는 것이라고 했다. 책이야 취향대로 골라 읽으면 될 일이고, 그것 말고도 읽을 책은 깔려 있으니 “아, 그러시군요.” 말고는 딱히 답변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은근히 자기 계발서만 골라 읽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쏟아 놓았다. 그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은 속 빈 강정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인문과 문학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 시작했다.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고 내 입은 닫혀 버렸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종류를 가리지 않는 편이다. 역사, 철학, 심리 분야도 좋아하고 (특히 환경이나 미래 식량을 다루는 이야기는 최고) 소설이나 에세이, 자기 계발, 경제경영, 만화책까지 웬만한 분야를 두루두루 읽으려 노력한다. 흥미를 당기는 분야가 있을 때에는 몇 달 내리 한 분야만 읽기도 한다. 작년에는 내 인생 최고로 자기 계발 서적을 가장 많이 읽은 해였다.  

    

내가 읽은 자기 계발서를 되돌아보면 그 분의 말 - 모든 책이 다 똑같다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물론 기본적인 목적 자체가 사람의 마음에 동기부여를 하거나 성공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다 보니 전개 방식이나 내용면에서 비슷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 개인의 경험이 녹아들어 가면서 저마다의 결이 있고 어느 것에 중점을 두는지는 모두 다르다.      


만약 정말 비슷한 내용의 책이 두 권 있다고 쳐 보자. 그렇다면 읽을 가치가 없는 걸까? 솔직히 자기 계발서에 나온 숱한 내용들을 우리가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무얼 하든 꾸준히 하라는 것이나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모두가 동등하니 잘 활용하라는 것,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고 긍정의 힘을 믿으라는 등의 이야기는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혹은 자주 잊어버리는 내용이다.     


노력하고 있는데도 마음이 느슨해지거나 나태해질 때 자기 계발서든 동기부여 유튜브 영상 같은 걸 접하면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질 수 있으니 비슷한 책이라 해도 두 권, 세 권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부실한 책도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분야의 책에 해당되는 것이다.  


내 발전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자기 계발>이라는 말을 사전적인 정의를 살피면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복잡한 정의를 들먹이지 않는다 해도 그 안에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고자 자기 계발서를 찾는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작년에 읽었던 자기 계발서 중 두 권은 나의 근본적인 고질병을 고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마크 맨슨이 지은 <신경 끄기의 기술>과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이 쓴 <원씽>이다.  이 책들을 통해 나는 사방팔방으로 튀고 있는 나의 관심사를 한두 가지로 줄여서 집중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항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못하는 편이었는데, 독서 후에는 어떻게든 뻗어나가려는 신경을 잠재우고 1) 종이접기라는 본업과 2) 책 쓰기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자기 계발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용기를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 읽기 권장 운동'을 하려는 건 아니다. 자기 계발서를 비롯한 한 분야만 배타적인 자세로 새우눈 뜨고 바라 보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각자 인연이 닿는 책을 만나 1cm만큼은 넓어진 세상을 만나면 좋겠다.  



글 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자기 계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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