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읽은 어린이를 위한 명심보감, 사서삼경, 학생 때 읽은 명상록... 권선징악 식의 바른 가르침과 교훈을 주는 책을 좋아했습니다. 어리니까, 아직은 잘 모를 때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잘 배워 반듯하게 큰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오히려 어린이보다 못한 인격을 가진 군상이 수두룩 합니다. 무지와 무식은 차라리 괜찮습니다. 무례를 범하면서도 본인만 모르는 헛똑똑이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책 많이 읽고,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많이 배웠다는 분들에게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에게서 반감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못 배우고, 나이에 걸맞은 포지션을 잡고 있지 못하고, 말이 어눌해서 등의 자격지심 때문이 아닙니다. 미워하거나 시기함은 더욱 아닙니다.
말만 앞세우고 행동과 인품에서 절반의 반도 안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습니다. 그저 내세울 거라곤 나이밖에 없는 분들이 수는 적지만 그 입김이 워낙에 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앞서 쓴 문장은 이렇게 고쳐 써야 오해가 없을 거 같습니다: 책을 읽기만 하고, 말만 잘하는 사람에게는 이전처럼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괴물과 싸우다 자신이 괴물이 된 경우도 적잖이 있습니다. 평범한 저 역시 그런 사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에 (오히려 더하면 더하겠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보고 또 살펴보려 합니다.
사람을 다하는 태도가 이전과 달라지긴 했지만 동시에 지금도 여전히 책 속 문장의 향기가 느껴지고, 깊은 고민과 사색 속에 진실한 언어를 말하는 분에게는 호감이 갑니다. 실은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인 거 같습니다.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재능이나 생각을 지혜롭게 일깨워 주는 자기계발의 책을 여전히 좋아하는 까닭이 말이죠. 다름 아닌 보다 인간미가 있는 사람으로, 내가 남이 아닌 온전한 나로서 성장과 성숙을 이루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책에서만 교훈을 얻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 영향은 지금도 크고 위대합니다. 그러나 책 보다 더 생생하게 가르침을 전하는 건 바로 지금 이곳에서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더없이 훌륭한 인생의 스승이자 모델입니다. 단 하나만이라도 좋으니 가르침을 받아 따르고 싶은 흠모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인지라 때때로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아 우회해야 할 경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Para hacer las cosas bien es necesario: primero, el amor; segundo, la técnica.
-Anton Gaudí i Cornet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뭔가를 잘하려면 일단은 사랑이 필요하고, 그다음이 기술이라고 합니다. 대화의 기술, 성공을 위한 처세술 등 자기계발의 영역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본질은 대상에 대한 사랑입니다. 저는 책 보다 당신이 좋습니다. 일방통행의 전달만 있는 영상보다 상호 소통 속에 공감이 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자기계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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