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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Feb 20. 2023

인테리어를 위해 인테리어 소품을 정리하다

도전,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하니까 집안 정리가 시급해 보였다. 문제가 생겼다. 뭐부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물건들(현재 쓰고 있는 살림살이) 먼저 치우자니 버릴 게 아니라면 창고나 수납공간에 넣어야 하는데 우리 집 창고는 거의 포화상태였다. 


차라리 옷부터? 장롱을 열었다. 정리할 게 없다. 몇 년 전부터 의류는 최소한으로 사면서 안 입는 것은 기부해 왔기 때문에 붙박이장 한 칸과 3단 서랍장 하나만 차지할 정도로 줄인 상태다. 일단 패스. 그때 옷장 옆 칸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이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감이 왔다. 이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할 때가 되었구나. 얘들아, 일단 나와 보자. 누가 누가 숨어 있나 어디 보자, 얘들아. 


인테리어를 위해 태어났으나 나의 선택을 받지 못해 어두운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외로움을 견뎌온 용품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집도 작은데 참 많이도 모았다. 한국에 살 때 다이소에서 산 것도 있고 결혼 전 썸 타던 남자에게 선물 받은 인형에다가, 세계여행 당시 기념품으로 산 것들, 미국 유치원에 기증했다가 다시 돌려받은 한국 정서 담긴 애들도 튀어나와 나에게 인사를 했다. 


붙박이장 속에서 꺼낸 인테리어 소품들


미국 야드 세일과 영국 채리티 숍에서 중고물품을 싼 값에 데려온 아이들도 많다. 살 때는 저렴하게 샀다고 뿌듯해했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특별한 기준도 없이 볼 때마다 싸다고, 예쁘다고 산 소품들은 정작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거실이며 주방이며 여기저기 떠돌다가 결국 창고 안으로 직행. 몇 번이나 정리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혹시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쓸 것 같아서였으나 큰 집으로는 언제쯤 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인테리어 소품 본연의 임무를 생각했다. 집안을 돋보이게 만들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것. 그런데 이 아이들은 우리 집 창고에서 자리만 차지한 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다시 자격을 주어야겠다. 하나씩 소중하게 먼지를 닦아냈다. 추억 때문에 떠나보내기가 힘든 몇몇은 상자에 따로 담아 붙박이장에 넣었다. 나머지는 큰 부직포 가방에 모아 담은 뒤 다음날 채리티 숍에 기증했다. 부디 다른 집 거실 선반, 누군가의 책상 위에 올라가 반짝반짝 빛을 내려무나. 




미니멀리즘이 크게 히트를 쳤을 무렵, 사람들이 가장 놀란 부분 중 하나는 깔끔하다 못해 뭐가 너무 없는 집안 풍경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저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서 한편으론 꽉 차 있는 우리 집과 비교하며 놀라곤 했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정도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내게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 부분은 "쓰지 않는 물건은 정리하고 / 쓰지 않을 물건은 사지 않는 것"이다. 


모델하우스 같은 집, 처음부터 그건 나의 기준이 아니었다. 우리 집을 그 정도까지 만들지도 못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로 가족이 머무는 공간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욕심이 넘쳐 이것저것 사모으는 일은 이제 안 할 것이다. 아무리 싼 값에 얻을 수 있어도 (설령 공짜라 해도) 사지 않으려 한다. 지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붙박이장 속에 있던 소품 중에 가장 좋아하던 것들을 꺼내 거실 선반에 옮겨놨다. (아래 사진 왼쪽) 미국 살 때 하나에 5불씩 주고 산 것인데 <Yesterday' Child - The Dollstone Colletion> 시리즈 중 하나다. 매우 아낀 나머지 몇 년 동안이나 창고 안에 묻어뒀다니, 대체 난 이걸 언제 즐기려고 했던 것일까. 미니멀리즘을 향한 여정에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뒤에 있던 나의 행복을 앞으로 꺼내놓는다는 점이다. 마음에 쏙 든다. 


우리집 거실에 자리잡은 소품들


아직 미니멀 라이프가 덜 적용된(?!) 우리 집 거실 - 볕이 좋아 찍었는데 좀 더 정리하고 찍을 걸, 개 밥그릇이라도 치울 걸!!!




* 2023년 1월부터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를 향한 여정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습니다. 집 치우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 끝날지 기약은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관련 책도 읽고 실행을 하다 보니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것과는 여러 방면에서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써 나갈 계획이니 이 글은 <도전기>쯤 되겠습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미지수입니다만, 이왕이면 뜻한 바를 멋지게 해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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