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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Aug 14. 2023

애들 웃기는 개그맨 같은
엄마 되기가 목표입니다만!

목표가 정해졌다. 우리 집 애들을 맘껏 웃겨야겠다. 두 딸들이 옥타브를 넘나들며 깔깔대는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 정한 목표다. 그걸 듣고 있자면 엔도르핀 분비가 팡팡 솟는다. 헬륨풍선 1000개가 한꺼번에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공부고 나발이고 일단 웃고 봐야지.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마다할 이유? 없다!  


실천방법 하나. 집에서 뮤지컬을 자주 한다. 할 말을 노래로 하는 것이다. "밥 먹었니~~?" 하고 음률을 넣어 물으면 자연스레 "안 머그어쏘오오오오 밥 해주오~~"라는 답이 온다. "오~~"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눈알이 자동으로 커지고 입은 오리주둥이처럼 앞으로 쭉 나온다. 가끔은 거기에 안무가 들어간다. 두 팔을 들어 올려 흐느적거리거나 개다리춤은 옵션. 


실천방법 둘. 연기를 한다. 손가락총으로 아이들을 쏜다. 적응이 된 딸들은 엄마가 그럴 때마다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장렬히 전사한다. 남편도 예외 없다. 때론 반격한다. 피융 피융!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는 그곳은 손바닥만 한 우리 집 거실. 쓰러진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반려견 코리는 흥분하여 날뛰며 짖어댄다.  


실천방법 셋. 콩글리시를 구사한다. 내 딴엔 영어랍시고 하는 모든 것이 아이들 귀엔 웃기게 들린다. 동물원에 갔을 때 마구간에 말은 없고 손바닥 반만 한 생쥐가 뛰노는 게 보였다. 옆에 섰던 영국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저것 보세요. 생쥐 한 마리가 있어요." 그러나 입에서 터져 나온 거라고는, 


"Look, Here is saeng jui"


나를 바라보는 영국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몇 초 후 우리 집 딸들은 뒤로 꼴까닥 넘어갈 만큼 웃기 시작했다. 마우스라고 해야 할 부분에서 당당히 생쥐라고 했던 것.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 "히어 이즈 생쥐"는 유행어가 되었다. 쪽팔리지 않았냐고? 놉. 애들을 웃겼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대학입시를 앞둔 첫째 딸은 스트레스가 부쩍 심해졌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시험 점수가 생각만큼 잘 나올까 고민하며 식욕이 줄었다. 생리전증후군 증상도 심해져 생리를 시작하기 전마다 기분이 가라앉고 무기력해진다고 한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둘째 딸은 사교적이지 못하다. 새로운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한다.  


엄마가 대신해 줄 수만 있다면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노릇. 힘들어도 직접 부딪히며 겪어내야 할 일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집에서만큼은 실컷 웃게 만드는 것이다. 내향적인 딸들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무대 위 배우처럼 살게 하는 것, 춤도 추고 목청껏 노래도 하면서 겉으로 표현하게 돕는 것, 그게 엄마로서의 최선이다.  

 

걱정한다도 해결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기에 오늘도 나는 아이들 웃길 고민만 한다. 한바탕 실컷 웃고 나면 이 험한 세상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두 주먹 불끈 쥐고 믿으며! 나의 고등학교 때 별명은 "오버걸"이었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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