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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Sep 04. 2023

MBTI 결과물을 보고
내 아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의 성향을 16개로 나눈다는 MBTI. 


이제 주변의 누구에게 물어도 답이 나온다. 자기는 이거고, 쟤는 저거고. 유행이 시작된 지는 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인기 있는 화젯거리다. 4개의 혈액형, 9의 애니어그램에 비하면 16이라는 숫자는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기에 딱인 것 같다. 만약 32가지였다면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자기 것 기억하기도 바쁠뿐더러 어떤 유형의 사람이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 맞춰보다가 머리가 터졌을 지도.  


이게 뭐라고 다들 열광하는 걸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세상에서 MBTI는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빠르게 알 수 있는 지표를 던져 주었다. 알파벳 8개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16개의 결과물로 사람의 유형을 나눈다는 게 어찌 보면 말이 안 되는 것도 같다가도 한 사람을 파악하는 데 이토록 편리한 도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때로는 나를 알게 한다. 나도 모르겠는 나. MBTI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때가 있다. 아, 내가 계획을 수시로 바꾸고도 즉흥적인 게 ENFP였기 때문이구나! 하는 식으로.  


내 경우엔 아이들을 키우면서 도움이 되었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이제 고3, 중1이 된 두 딸들. 키우는 내내 그녀들을 이해하는 게 버거웠다. 나와는 성격이나 성향 여러 면에서 달랐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한참 벗어나 있는 것 같아 항상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 쌓여 그 안에서 큰 목소리를 내야 행복했던 나. 소수의 친구와 뒤에서 조용히 물러나 있는 그녀들. 내 눈에는 루저 같아 보였다. 어쩔 땐 화가 났다. 왜 저러지? 


때때로 자책도 했다. 


교육을 생각한답시고 영국에 자리 잡은 게 오히려 두 아이에게 소수자의 삶을 선사한 건 아닌지, 이제라도 한국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엄마로서 해줘야 할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그래서 뭔가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흘러 보내는 건 아닌지. 자책과 함께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늘어갔다. 돌이켜 보면 4년 전 공황장애를 겪었던 것도 이런 게 한몫했을 것이다.  


MBTI 결과물을 보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두 딸은 모두 INTJ. 가끔은 ISTJ로 나온다. 유료로 검사한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무료 사이트에서 했으니 정확도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I, S, N, T, J 이 알파벳이 내게 주는 효과는 컸다. 아, 그래서 얘네들이 그랬구나. 나와는 완전 딴판의 사람들이구나. 그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내 기준에 맞춰 이렇게 해라, 왜 저렇게 안 하느냐 몰아세웠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세계 인구가 80억이다. 


사실은 80억 개의 인간 유형이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 하나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제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 친절하고도 쉽게 16개로 성격 유형을 나눠 놨으니 우리는 재미있게 분류하고 유용하게 쓰면 된다. 그것이 전부라고 맹신하지만 않으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만 염두에 두면 굿이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MBT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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