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Aug 31. 2023

INFP는 회사 다니면 안 되나요?

회사에 심리 상담소가 있다.

전문적으로 임직원 상담을 해주는 곳인데, 한 팀원이 전체 담당 인원 MBTI를 단체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검사가 아니라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고, 서로의 유형을 잘 알면 업무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면서.


일주일쯤 흘렀을까. MBTI 검사했던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급하게 한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세요? 지금 상담사 분이 급하게 찾으세요."
"왜? 무슨 일인데? 나 지금 출장 중이야."
"아니, 선배 MBTI 유형이 INFP로 나왔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INFP는 처음 봤다면서 정말로 누군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고 해서요."


MBTI는 오랜만에 해본 것이었는데, 그러게... 내가 INFP였나?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예전부터 몇 번 검사 해본 기억은 있었고, 대학생 시절 MBTI 유형은 'I'가 아닌 'E'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뭐, MBTI는 상황과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 이미 아니까 그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닌데, 내가 극. 단. 적. 인 INFP라고?


어쩌다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요전 날 한 기사에서 특정 MBTI 유형은 회사 지원 불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몇 가지 중 가장 먼저 나온 게 INFP였다는 게 머리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인.

인식형.


아, 그러네.

나는 회사를 다니면 안 되는 가보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내향적이라니. 현재에 집중하고 경험에 근거해야 하는데 직관적으로 인식한다니. 사고 중심이어야 하는데 감정적인 데다,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적이고 유동적? 하... 지금까지 나는 대체 어떻게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온 걸까? 지원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극단적인 INFP가.


어느 학자는 사람의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4가지 혈액형으로도 사람을 미루어 짐작하던 게 꽤 의미 있던 걸 생각하면, 조금은 더 과학적인 MBTI가 왜 주목받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사람들은 나누고 분류하고, 나와 같은가 다른가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굳이 MBTI가 아니더라도 우리네는 또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내었을 거니까.


굳이 INFP로서 나와 같은 사람을 옹호해 보자면.

내향적이기에 들뜨지 않고, 직관적이기에 사실 그 이상을 보며, 감정적이기에 상대를 배려하고, 다소 계획적이진 않아도 융통성은 충만하다. 회사에선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과 변수가 발생하는데,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 예외적인 성과를 내기도 한다.


중요한 건, INFP가 아니었던 내가 변한 것처럼, 다른 누군가의 MBTI를 평가하는 그들도 언젠간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INFP는 지원하지 말라는 회사의 방침은, 그들의 자유.

그러나, 지원을 받기도 전에 '판단'하는 그들의 태도는 MBTI를 떠나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INFP는 회사 다니면 안 되나?

난 20년 넘게 잘 다니고 있는데.


문득, 근거 없이 판단하는 그들의 MBTI가 몹시나 궁금하다.

아마 누군가는, 그 무리에 끼기 위해 자신의 MBTI를 속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MBTI'입니다.



▶ 팀라이트란?


☞ 팀라이트 소개


▶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따뜻한 작가님들의 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 팀라이트 레터링 서비스 정기 구독 신청


▶ 팀라이트와 소통하기 원한다면


☞ 팀라이트 인스타그램


▶ 팀라이트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모아보고 싶다면


☞ 팀라이트 공동 매거진 구독하기


▶놀면 뭐쓰니, 인사이트 나이트 오픈 채팅방!


☞ 팀라이트 인나 놀아방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하자니 웃어야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