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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Dec 15. 2023

올 한해 "빠르게 실패하기"에 도전해 봤어요

어떤 사람은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고 한다. 나는 생각보다 말이 앞선다. 생각이란 걸 채 끝나기도 전에 말부터 뱉고 보는 것이다. 마치 퀴즈쇼에서 정답이 확실히 떠오르진 않지만 머릿속 어디선가 맴돌고 있을 때 무조건 벨부터 누르고 외치는 형국이다. 


일단 눌러놓고 답할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서야 이런다. "잠깐만 기다려봐, 나 그거 알아. 진짜 알아. 뭐였더라? 그러니까 그거. 아유 망할 놈의 기억력!" 뭐라도 답하다 보면 자주 맞춘다. 틀리면? 땡이고! 


올해 초 계획했던 2023년의 기조는 빠르게 실패하기였다. 존 크롬볼츠와 라이언 바비노가 쓴 동명의 책을 읽고나서 한 결심이었다. 빠르게 실패하기 위해 어떻게든 시작을 해야 했다. 바로 그때 생각보다 말이 앞서는 나의 성격이 도움이 되었다.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입 밖으로 선언을 한 뒤 그것에 책임지느라 행동을 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어떤 방향으로든 흘러는 갔다. 딩동댕이든 땡이든. 


먼저 종이접기 강좌 열기. <클래스 101>에 종이접기 (나의 본업임) 온라인 강좌를 열어 보려고 기획서를 제출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담당 PD와 1차 미팅까지 했으나 변경된 정산방식을 수긍할 수가 없었고 그쪽에서 원하는 것과 내가 하려는 강좌의 콘텐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 하기로 했다. 1년 이상 머릿속에만 담아두던 기획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 


미니멀리스트 되기. 이건 여전히 실패와 성공을 넘나들고 있다. 짐 정리도 제법 잘해왔고 새 물건 들이기도 거의 안 하는데 (성공!) 식재료 앞에서는 맥시멀리스트가 된다. (실패!) 하지만 삶의 방식으로서 그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으니 아직 뭐라 단정 지을 순 없다. 킵고잉 할 수밖에. 


밀리로드에 글 연재하기. 우연히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은 덕분에 올해 5월에 론칭한 밀리로드(밀리의 서재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연재라는 방식 때문에 글을 계속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바로 이 부분이 성공이다. 재미있는 건 올해 초 종이접기 강좌 열기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아마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패를 빨리 해서 다행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다시 시작하기. 인스타그램은 망했다. 시도조차 못했다. 페이스북 활동은 하긴 했으나 계획만큼 주기적으로 하진 못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그래도 페북을 통해 여러 작가, 편집자들과 친구 맺기를 하며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심도 깊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도전한 일이 잘 안 되었다고 해서 그걸 꼭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걸 안다. 실패의 과정이 밑거름이 되어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믿었기에 맘껏 실패하고자 했다. 생각보다는 덜 시도한 것 같다. 그래서 덜 실패했다. 


나를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 글을 쓰라는 게 <팀라이트: 브런치 작가 모임>에서 나온 이번 달 과제였다. 2023년은 '빠르게 실패하는 이 = 빠실이'로 정했다. 빠순이 아니고 빠실이다. 여전히 두렵지만 내년에도 더욱 빠르게 실패를 해볼까 한다.  


그림에 젬병인 내가 프로크리에이터로 그림 그리기 도저언! (글씨넣기는 캔바로)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나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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