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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Dec 13. 2023

나는 이제야 시작점에 섰다

연말에 쏟아지는 단골 콘텐츠 중 하나. 회고하기.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의 무엇'을 정리하는 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보는 요즘이다. 자주 보면 마음이 동한다고, 나도 해볼까 싶어 잠시 생각에 잠겨 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늘 그랬듯 나는 오늘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지나온 시간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편이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겐 '올해의 무엇'을 정리하기란 참 버겁고 난해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 글쓰기의 주제인 '나를 표현하는 단어'는 곱씹어도 맛을 전혀 모르겠는 음식과 같다. 그럼에도 써야 하기에 시간을 거슬러 훑다 보니 최근 자주 내뱉던 단어가 떠올랐다. 


원점


사전적 의미로는 '시작이 되는 출발점'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자주 내뱉던 이유는 불과 얼마 전까지 갈팡질팡 불안해하던 마음이 안정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랬다. 최근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많이 편안해 보여요.' '뭔가가 시작된 것 같아요!' 신기한 건 나의 내면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무엇인지 딱 잡아 이야기할 순 없지만 에너지의 흐름은 분명히 느낀다.


퇴사 후 보낸 지난 2년.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탓인지, 아니면 응당 보내야 했을 시간을 보냈던 건지는 모르겠다. 많이 헤맸고, 방황했고, 잘못된 선택으로 깊은 좌절과 절망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누군가에 대한 부러움이 질투심이 되었던 적도 많았고 남이 가진 것들만 선망하듯 바라보며 허공에 망치질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정확히 무엇이 어떤 작용을 하여 흐름을 되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크게 보였던 남들의 것이 오히려 내가 부풀려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 자신을 인정해 주니 이제야 내 안에서 빛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은 오히려 가능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들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한다. 그들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제야 나는 시작이 되는 출발점에 섰다. 원치 않은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덕분에 눈이 뜨였다.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숱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음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삶은 언제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저마다 몇 개의 문이 준비되어 있는지, 각각의 문 뒤에는 어떤 삶이 예비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열 수 있는 문이 있다는 것이 가능성이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익숙했던 지난날의 나를 벗어버리는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새로운 나를 입는 시간이 될 것이다.


1년 뒤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오늘의 기록을 꺼내보려나. 


지금부터 다시 첫 발을 내디뎌 보려 한다. 새로움을 입은 차분한 첫걸음을.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나를 표현하는 단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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