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부터 만나온 벗들이 있다. 한 명은 동갑내기 친구, 또 다른 이는 나보다 세 살 터울 형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늘 무언가를 고백했다. 좀처럼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크고 작은 고민들이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거나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지만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식이었다. '기자로 밥벌이를 기필코 할 것'이라는 말도 그들에게 먼저 했다.
그들은 내 두서없고 불확실한 외침을 별다른 조언 없이 묵묵히 들어줬다. 뭐, 가끔 뼈아픈 충고도 있었지만 대체로 내 기억엔 그랬다. 덕분에 용기를 얻은 나는 소주 서너 병을 연신 들이켰다. 그렇게 17년 가까이 취기 어린 밤을 함께 보냈다.
오늘(11일)도 그런 날이었다. 동갑내기 친구가 이번달 말에 장가를 가게 됐다. 서로 축하하는 자리에서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눈앞에 직면한 어려움부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며칠 전 읽고 밑줄 그었던 잡지 속 문장이나 책도 추천했다.
나는 대뜸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감정적이고, 정이 많고, 이따금씩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글쓰기를 사랑하고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구멍이 많아서 놀리는 게 재밌다는 말도 했다. 집중하면 주위를 살펴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어떤 사람인지 물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넌 와이프를 잘 만났어"라고 말했다.
한참을 떠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작가님께서 연락이 와 안부를 물었다. 나는 "매일 집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집중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요즘 나를 표현하는 적확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위 두 사람의 핀잔대로 너무 빠져들면 주변을 살펴보지 않는 게 좀 단점 이긴 하지만...
올해를 마무리하는 팀라이트 매거진 주제가 '나를 표현하는 단어'인데 그에 맞는 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를 상징하는 여러 장면 중 일부를 소개하고 싶었다. 내가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들이 날 보는 시선으로 힌트를 얻고 싶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기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달 주제는 ‘나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