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 중독되었다. 스레드는 마크 저커버그가 트위트에 대항하여 만든 텍스트 기반의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재밌다. 자꾸 가고 싶다. 중독될지 몰랐다. 지난 12월 유럽에도 스레드가 출시된 후 작년 말부터 슬금슬금 발을 담갔다. 그러다가 작정하고 시작한 지 5일 만에 아주 빠져들고 말았다. 스레드 하다가 약속 시간에 늦기도 했다.
어라? 기시감이 몰려온다. 이건 마치 1997-99년 밤을 꼴딱 꼴딱 새우며 파란 화면 PC통신을 하다가 전화비가 많이 나와 엄마에게 등짝 처맞던 그때의 기분인 걸? 진짜다. 딱 그 짝이다. 그래서 분석해 봤다. 대체 스레드가 뭐길래. 짧은
내가 글을 올리면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린다. 나는 또 그 댓글에 댓글을 단다. 그러다 보면 댓글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상대가 스레드 밖을 나가버리면 끝나지만 기분상 10명 중 6-7명과는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수다를 떤다는 느낌이 팍팍. 이 부분이 예전 나우누리를 할 때의 기분과 흡사하다. 추억 돋는다.
언제부터였을까. 한국판 스레드의 세계는 말 놓기가 기본이다. 마치 모두를 친구처럼 대하겠다는 냥. 그래서 다른 이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희한한 건 모두가 말을 놓으니 오히려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상대를 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다는 느낌. 나이나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나 같은 레벨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생각보다 따뜻하다.
올리는 글의 내용은 한계가 없다. 남편과 싸운 이야기, 지금 퇴근한다는 이야기, 어디 다녀온 이야기, 슬픔에 잠긴 이야기, 혹은 자신의 소개하는 이야기, 생각을 드러낸 이야기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글이 올라온다. 읽다가 관심 가는 글에 댓글을 달면 반응이 바로 온다. 내가 올린 글에도 '좋아요'를 잘 눌러주고 팔로워도 잘해준다.
누구는 일기장처럼 쓰고 누구는 대나무숲처럼 쓴다. 지인들에게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나 마음 상태도 스레드 속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인스타는 자랑질, 스레드는 하소연" 하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그런 사연들 아래에 공감과 위로의 말들이 날아다니니 스레드라는 공간에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브런치처럼 미리 길게 글을 써야 할 필요도 없고, 인스타그램처럼 카드뉴스를 디자인하고 동영상을 만들 필요가 없다. 아무 준비 없이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 재밌었던 일 등을 올려도 되기에 접근이 쉽다. 사용하기 쉬워야 자꾸 손이 가는 법.
책 이야기, 글쓰기 관련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스레드는 그런 곳인가? 했는데 나에게 노출되는 글의 기준이 트위터는 시간순이라면 스레드는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 한다. 내가 책,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리니 아무래도 많은 이야기 중 책, 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띄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이 책을 이렇게 읽었구나, 글쓰기를 그래서 시작했구나 등등을 알게 되어 재미있다.
대략 이 정도다. 이것이 2024년 1월 24일에 느낀 스레드 분석 결과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비즈니스가 생긴다. 스레드도 론칭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훗날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광고도 없이 오직 사람과 사람만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곳이어서 좋은데 광고가 시작되면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스레드도 변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 따스함을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