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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Aug 12. 2023

브런치 수익화 제도를 바라보며

글쓰기 플랫폼 경쟁이 도래하다

지난 8월 9일을 시작으로 하여 브런치에 난리가 났다. 응원하기라는 새로운 수익화 구조가 발표되면서부터다. 일부 몇 개의 작품에 한한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된 작가들이 댓글을 주르륵 달기 시작했다. 성토대회가 열린 것 같았다. 이 상황을 단순히 찬성 - 반대로 각을 세우기보다는 현재 글쓰기 시장의 흐름을 읽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새로 도입된 응원하기 제도를 바라보며 느낀 점을 정리했다.  




글쓰기 플랫폼 경쟁의 시대


요즘 여기저기서 쓰는 사람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대형 온라인 서점 위주로 행보가 확연하다. 교보문고에서는 웹문학 플랫폼인 <창작의 날씨>를, 알라딘에서는 <투비컨티뉴드>, 밀리의 서재에서는 <밀리로드>를 론칭하여 연재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글쓰기 플랫폼으로 브런치가 강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해왔지만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제2의 브런치"를 꿈꾸는 후발 주자들의 플랫폼이 브런치와 명확하게 다른 점은 창작자에게 수익화의 기회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창작의 날씨>에는 최근 "근로소득 공모전"을 열어 선정된 작품에게 정식연재 원고료와 출판, 영상화의 기회를 준다. <투비컨티뉴드> 역시 작가는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거나 팬들의 후원하는 수익금을 정산받는다. 가장 최근에 론칭한 <밀리로드>는 매월 밀어주리 Top 10에 드는 작품에게 (10월까지) 1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인기작품의 경우 오리지널 출간의 기회를 주고 있다. 


새로운 글쓰기 플랫폼 입장에서는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를 테면 유명 작가들의 신작을 그곳에서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가 글을 연재하고 있는 <밀리로드> 역시 론칭 초반에 소설가나 시인 등 기성 작가를 앞세웠을 뿐 아니라 이미 인스타 12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멍디 작가나 <저 청소일 하는데요?>로 독립출판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김예지 작가 등도 끌어들였다. 얼마전 63만 유튜버 드로우앤드류도 연재를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런치는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선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브런치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문정 작가나 임홍택 작가, 황보름 작가처럼 브런치를 통해 초대박 베스트셀러의 책을 쓴 작가들을 앞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 분의 작가를 모두 좋아한다.) 


바야흐로 좋은 콘텐츠를 가진 작가를 모셔가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시작되었다. 



세련되지 못했던 브런치의 공지 방식

 

브런치의 수익화 제도 자체보다는 세부적인 내용과 공지 방식의 문제가 컸다고 본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나도 열심히 해서 연재해야지!"라고 느껴지기보다는 "나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연재를 시작하는 작가들을 보니 그러했고 브런치팀에 채택이 되어야지 가능한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크레이이터가 되면 몇 개월 후 (연내에) 같은 방식으로 수익화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브런치가 이런 식으로 알렸으면 어땠을까. 


"여러분! 지금은 62개의 작품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범운영이고요, 연내에 크리에이터 되시는 분들 모두 가능할 겁니다. 조건은 아래와 같으니 그때까지 얼른 크리에이터 될 준비 하세요!"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크리에이터 준비를 응원하고 의쌰의쌰 하는 방향으로 공지를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댓글에 달리는 내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련되지 못했다. 어쩐지 나와는 상관없는 수익화 제도로 다른 작가가 잘 되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과정을 브런치 초기화면으로 봐야 할 (62개를 뺀) 나머지 작가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어땠을까. 희망을 주고 희망에 맞춰 준비를 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게 빠졌다. 


3-4개월의 시범 운영 시간이 길어 보인다. 하지만 좋다. 그 시간을 기다렸다 쳐보자. 크리에이터를 단 수많은 작가들에게 수익화의 기회가 열렸다고 해보자. 초기 작가들에게 해줬던 것만큼 브런치가 홍보를 해줄 수 있을까? 일부는 해주겠지만 다 해주긴 불가능하다. 그러니 응원할 독자를 찾는 건 작가의 몫이 될 것이다. 결국 작가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그 결과 브런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유튜버가 시청자를 끌어 모으려 더욱 자극적인 소재와 썸네일로 승부하려고 하는 것처럼 브런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네이버 블로그만 보더라도 애드포스트 등을 달며 컨트롤 C + 컨트롤 V 하여 짜깁기하는 글이 수두룩한 걸 보면 걱정이 꼭 걱정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던 브런치만을 바라기에는 시대가 변했다.  



독자가 아닌 저자를 모으는 플랫폼


글쓰기가 대세긴 대세인 것 같다. 공전의 히트를 친 자청의 <역행자> 덕분인가?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책 읽고 글 쓰라"고 하자 쓰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주변에서도 글 쓰고 싶다는 바람을 자주 듣는다. 


그런 와중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새로 만들어지는 글쓰기 플랫폼의 면면이다. 그들이 모으려는 것은 독자라기보다는 저자다. 쓰려는 사람들이다. 글 쓰며 돈 한 번 벌어보고 싶은 사람들, 살면서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번은 내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그들이 건드렸다. 


실제 모인다. 일단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다. 모이는 게 우선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 출판사는 불황이라는데 독자가 아닌 저자를 찾는 아이러니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한동안 글쓰기 플랫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브런치의 수익화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 갔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해야 많은 작가들이 행복하게 글을 쓸 수 있을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어때야 하는지 깊이 논의를 해야 할 시간이다. 브런치팀에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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