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다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음 Mar 26. 2024

위층에서 시작된 누수로 에세이를 쓴다고?

『나의 누수 일지』, 김신회

위층에서 시작된 누수. 그걸 해결하기 위한 달의 과정. 이런 걸로 한 권의 에세이를 채운다고? 김신회 작가의 『나의 누수일지』를 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 빌라 같은 높은 집이 대세인 대한민국이니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듣고 읽던 내용이지만 그게 책 한 권이 될 줄이야.


첫 장을 펼치자마자 앉은자리에서 끝장을 봤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했다.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투쟁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깨달으며 나아간다. 그러면서 1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로 밥 벌어먹고사는 내용을 보탠다. 솔직한 자기 고백의 문장에 여러 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김신회의 생각을 곱씹느라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얼마 전 우리 집 다락에 쥐덫을 설치하여 쥐를 세 마리나 잡았다. 그걸 글에 쓴 적이 있다. 작가 6명과 매주 돌아가면서 쓰는 글이었는데 1,500자 안에 쓰리라 다짐을 한 터라 가능한 한 응집하여 쓴다는 게 이런 결론이 나왔다. 어떤 어려움에도 당당히 맞선 용감한 나. 막상 잡고 보니 별 거 아니었다고 으스대고 싶은 나. 사실은 스트레스가 심했음에도 그걸 쏙 빼버리고 썼다는 걸 『나의 누수일지』를 읽으며 깨달았다. 


솔직한 글을 쓰겠다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내 마음은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으니 다음엔 더 잘 쓰겠지! 삶에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글로 남겨 놨을 때 (그것도 솔직한 심정을 담아) 그렇게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걸 배운다. 


김신회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남자를 먹은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