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김지원
숲 속이다. 양쪽으로 길게 뻗은 나무가 이어진다. 새소리가 들려오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그 길에서 춤을 추며 걷는다. 빙그르르 한 바퀴 돈다. 머리 위로 올린 양손을 부딪쳐 박수를 친다. 그러다가 다리를 힘껏 들어 올려 점프! 그대로 솟구치며 하늘을 난다. 함성을 내지르며 하늘을 난다!
환희의 폭죽이 터지는 몰입의 순간. 나는 주로 책을 읽으며 이런 경험을 한다. 촘촘한 서사 속에 흠뻑 빠지거나 내가 전혀 몰랐던 혹은 평소에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이야기를 저자의 시선으로 전해 읽다 보면 온몸에 전율이 흐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게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자꾸 책을 읽는다. 삶의 기쁨이다. 누가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걸 꼽아보라"라고 하면 이러한 순간을 경험하는 거라고 말하겠다. 정적인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동적인 깨달음.
경향신문 기자인 김지원이 쓴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책 권하는 이야기다. 독서가 취미인 나에게는 "잘하고 있네!" 하고 격려를 해주는 책이었다.
지난 4월 기사가 떴다. 2023년 대한민국 성인 중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김지원은 말한다. 사람들이 읽기 경험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사람들이 읽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반경 안에서 좋은 텍스트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그것을 읽을 여유도 없고, 나아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좋은 텍스트를 찾아낼 안목과 지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책이나 긴 텍스트가 아니라 해도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읽고 산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글이나 숏폼 영상에 흐르는 자막도 다 읽어낸다. 여러 사람이 쏟아내는 다양한 분야의 조각 같은 글들을 더 자주, 더 빠르게 읽는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사다리꼴... 모양이 제각각인 조각으로 너저분하게 기운 퀼트 이불 같은 글의 모음들. 아무리 좋은 글이라 해도 이렇게 읽으면 많이 읽어도 뭘 읽고 보았는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요즘은 이게 기본값이다. 산업 구조가 우리를 그리로 끌고 간다.
그래서 좋은 글은 힘을 들여 찾아야 한다. 흐름에 저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비교적 빠르게 좋은 글을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여 저자가 오래 고민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책은 하나로 넓게 펼쳐진 뽀송뽀송한 차렵이불과 비슷하다. 나는 오래오래 이런 이불을 덮고 싶다. 그러다가 환희의 순간이 오면 또 박수를 치며 이불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