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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스널북퍼 Dec 10. 2019

네 이웃의 식탁

실험적 공동주택

네 이웃의 식탁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다. 요즘 세태를 반영한 소설 ‘네 이웃의 식탁’은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바야흐로 2018년 9월 10일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아마 개인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할 것이고, 국가는 고령화사회와 맞물려 출생률 감소가 가장 큰 난제일 것이다. 근데, 출산율 감소가 우리나라로 한정해서 본다면 굉장히 큰 문제이지만, 지구촌으로 본다면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다들 알겠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절반이 죽어야 지구가 산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보기에 아직 인구증가에 한몫을 하고 싶지 않다. 물론 타인과 국가는 나 같은 사람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분류하고 점차적으로 배척하려는 제도적 움직임이 보인다. 그래도 나는 내 인생을 담보로 국가가 원하는 대로 살아줄 의향이 전혀 없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대한민국정부는 출생률 저하가 맞벌이와 높은 집값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생산 가능한 가구 대상으로 실험적 공동주택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하기로 한다. 그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부부 모두 만 42세 이하여야 하고, 자녀가 1명 이상 있어야 하며, 반드시 1명만(부부 어느 쪽이든 상관없음) 근로소득이 있어야 되는 조건이었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입주 후 자녀를 셋까지 낳아야 된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부부들이 돈 때문에 혹은 자녀교육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다만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나 부자들은 이곳에 입성할 수 없었다. 즉 차가 없음 생활하기 불편한 곳에 정부는 세금을 쏟아부으며 젊은 부부들을 현혹했다. 마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주는 냥.

과연 그 결과는? 우리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저런 정책이 성공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이곳에 입성했다. 이들이 꿈꾼 건 단 한 가지. 다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 내 아이가 행복하게 커갈 수 있는 완전한 공간을 갖는 거. 그 이상도 이하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무너졌다. 국가는 인간 본연의 특성을 배제하고 이런 정책을 냈다. ‘이걸 주면 이걸 해주겠지...’ 절대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언제든 써먹고 필요할 땐 버릴 줄 아는 게 인간이다. 사실 국가를 배신하고 떠난 입주민 세 가족과 또 그런 그들에게 불이행 손해배상을 청구한 국가 중 누가 뒤통수를 친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건 둘 다 이득 본 것이 없다는 거다. 참 소설이지만 씁쓸한 부분이다.

***평점 3.7 구병모 작가는 요즘 작가들처럼 호흡이 짧은 문장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문장이 어색하지 않다. 역시 문단에서 인정한 만큼 글쓰기 내공이 대단한 거 같다. 아마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문장을 길게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왜? 문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리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쓰기 쉬운 글쓰기 법을 탈피하고 우리나라 문법에도 맞으며 문학적인 문장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에게 깊은 애정을 보낸다. 추신: 구병모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을 느끼고 싶다면 ‘아가미’를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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