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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 Jun 19. 2024

나의 연인들

수선화를 닮은

그때가 언제였을까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

20대의 꽃 다운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이 하고 싶은 줄도 몰랐던 20대 중반의 아가씨였다

하던 업종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나 보다 2살 어린 그를 만났다

그와 처음 눈이 마주쳤던 순간이 생각난다

나를 보고 멍-한 눈으로 입을 벌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속으로 ‘왜 저렇게 쳐다 보지’ 싶었고 그 이후 그가 내 삶의 태도에 앞으로의 인생에 그렇게나 큰 울림을 줄 줄은 몰랐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내가 있는 사무실의 다른 여직원 A에게 무언가를 묻겠다며 계속 들락거렸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홍대 클럽에 2:2로 놀러 가자고 했다


나도 그가 싫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흔쾌히 그와 클럽에 놀러 갔다

하지만 그는 우리를 남겨 놓고(나와 다른 여자 F 그의 친구 B) 그 클럽에 아는 사람(여자)이 많은 듯

다른 여자와 한참을 얘기한 후에 우리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 후 몇 번의 데이트를 한 것 같다 영화도 보러 가고(뷰티플 마인드) 내가 종종 갔던 홍대의 MTV뮤직비디오를 틀어 주는 카페에도 갔었다 그는 그곳을 너무 어색해했었다


내 중학교 친구들이 남자친구와 같이 모이는 자리에도 같이 갔고(그 시절 만났던 친구들에게 처음 소개하는 자리)

그 자리에서 내 친구의 남자친구였던 오빠가 괜히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 긷다


그 만남의 모임이 끝난 후 그와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나도 너 만큼 친구 많아. 그 형 뭐야!? 그 형의 여자친구는 눈이 예뻤어 ‘ 암튼 이런 당황스러운 말을 했다 마치 내가 그에게 내 친구들을 자랑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분이 상했지만 너무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당시에는


한 번은 내 친구 C와 그, 그리고 누가 더 있었던가?

이렇게 노래방에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술을 마시고 주체할 수 없어서 노래방 소파에 기대 누워 있다가 그의 부축으로 집 앞까지 온 것 같았다 집 앞에서 다시 구토를 하는데 이런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고 그가 내 친구 C에게 한 마디 한다 그리고 C가 그에게 “나 너 맘에 들어”라는 말을 한다 그는 대답 대신 나를 일으켜 세우며 어린애 혼내듯 “oo너어 정신 차려 “라고 말하곤 나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같이 일 했던 A와 그의 친구 J가

함께한 자리였다


그전에 A가 그에 대해 그를 자기 맘대로 조정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A는 남자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자신 있다고 했다)

그 시절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얘기를 그와 그 친구 J가 있을 때 말하려고 했더니

A가 당화해 하며 말 못 하게 “안 돼에”라고 말렸다

순간 그를 보았는데 아마도 A가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취했는지 정신이 어떻게 된 건지 그 자리에서 그에게 키스를 했다 A와 그의 친구 J가 있는 자리에 사 -.-“ 지금 생각하니 정말 이불킥감이기도 하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난 것 같다 그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A에게  그가 다니는 토익학원의 강사님을 소개팅 시켜 준다고 그와 A가 따로 만났다

그날 소개팅남인 토익 선생님이 그 자리에 나왔는지는 모른다


다만 A가 친절하게도 그가 나에 대해 해준 말을 전해 주었다 내가 그가 생각했던 것 하고는 다르다 그리고 A와 J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그에게 키스해서 당황스러웠다 등… A에게 그 말을 전해 들은 순간 머리에서 발 끝까지 짜릿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배신감이 느껴졌다


또 한 전화를 하루에 수십통을 해도 받지

않은날도 있어 나를 불안하게 했고


아닌 게 아니라 그가 이전에 메신저로 우리 둘이 헤어질 것만 같다는 둥 이런 생각은 기우일 거라는 둥

내가 자기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는 등의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그 일과 오버랩되면서 너무 화가 나 그에게 메신저와 메일로 따져 물었다 클럽에서 그의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나를 만나고

이제는 내가 보는 앞에서 A를 만나냐고

전화로도 화를 내며 소리쳤다 너와 만난 걸 후회한다고

그랬더니 그가 수화기 너머 불 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고 나 화나게 하지 말아라 ”

이렇게 말하는데 그 화의 기운이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나는 것만큼이나 생생하고 공포를 느꼈다(우리 아빠가 술 먹으며 주정 부리고 나에게 쏟아 냈던 그 비난의 화) 그 공포를 느낀 후 다시는 그 와 만나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


그에게 A에게서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난 분을 삭이고 그 와의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고 2주간 A와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와 헤어져서 마음이 뒤숭숭할 때 난 쇼핑버스를 타고 혼자 섬 한 바퀴를 돌다 온다고 외출을 했고 A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윽고 밤이 되고 자려고 하는데 A가 다른 방에 있다가 우리가 같이 쓰게 된 방에 들어와 다른 방의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피곤하여 A에게  먼저 잔다고 하고 침대에 엎드려 누워 있었다   

이윽고 A와 통화한 남자가 우리 방에 들어왔다

난 이미 엎드려 고개를 반대편 방향으로 돌리고 있었기에 그가 누군지 목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너무 빨리 들어왔고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져서 난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치 침대에 붙은 이불패드처럼 그렇게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A와 통화했던 남자는 A가 방문을 열어 주자 다짜고짜 “A너 왜 그렇게 방황하니”하더니 그녀에게 키스하는 듯했고 그녀를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내 심장은 콩콩 뛰었다 계속 자고 있는 척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어나서 화장실 문을 두들겨야 하나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밖에서 “쿵쿵쿵”힘차게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화난 남자의 목소리다

“OO너 밖으로 안 나와 인마”

그때 화장실에서 A가 놀란 얼굴로 나왔고 나도 그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자는 척할 수 없어서 일어나서 문쪽으로 나갔다 침대 바닥에는 A의 벗겨진 옷이 방금 일어난 일 들이 모두 꿈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내가 문 밖으로 나가려 하자 A가 놀란 눈으로 나를 막고 화난 남자와 얘기를 했다

그 후 A를 화장실로 데려간 남자가 언제 나갔는지

A는 화난 남자에게 무어라 하고 돌려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난 너무 놀라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렇게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그에게 연락이 왔다 그의 동네 찜질방에서 만나자고 해서 그가 말한 찜질방에 가서 샤워를 하고 같이 나와 밥을 먹을 때였다 밥 몇 숟가락을 뜨는데 그가 “A누나 말이야”하고 A의 이름을 언급한 순간.. 내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를 부른 게 그깟 A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어서였나 보네 이런 생각이 들자 음식도 입에 안 넘어가고 그 와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 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흡연실로 향했다 일어난 그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던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 후에 핸드폰 전화를 꺼버렸다 다시는 그 와 만나지 않기를 다짐했다

만약 그때 내가 그에게 A에게서 전해 들었던 얘기가 사실이었냐고 물었다면 그가 뭐라고 대답 했을까?

그러나 나는 묻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그의

번호를 지워 버렸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정말 잘해 주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내가 바보 같고 속은 느낌이 들었다 나에 대한 얘기를 딴 여자에게

하다니..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그로부터 며칠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야”

그의 목소리였다

내가 퉁명스럽게 “왜.. 에”하고 물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또다시 수화기 넘어 그의 화난 기운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파동이 멀어질 때쯤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나는 받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재미있게 놀다 가”라며 전화를 끊었다


정말 그 와의 모든 일들을 잊고 싶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싸이월드를 통해 그가 어떻게 살 고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신입사원이 돼서 무슨 단체행사에서 힙합댄스를 추는 사진이었다

딱 한 번 그를 그렇게 보았고


몇 년이

지난후 MSN메시저를

켰는데 우연히도 그가

“누나 왜 OO그만 뒀어?”라며 물었다

너무 오랫만이였다

난 그와의 감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지

않았고 바로 메신저를 꺼버렸다


그로부터


10 몇 년이 지난 후 그가 일하는 기업의 외주 직원으로 일하게 됐을 때 사내 메신저로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의 이름이 메신저창에 떴다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말을 걸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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