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먼저 부자가 돼야 될 것 같아.

엄마의 그림을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다

by 송조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엄마가 그림을 그리는구나 정도. 엄마는 언제나 손을 놀리는 법이 없었기 때문일까? 설거지 밥하기 청소는 물론 빨래 비누 만들기 매실 담기 같은 살림은 당연했다. 어린아이 셋을 키우며 마늘 까기 밤 껍데기 깎기 라이터 부품 조립 같은 손부업을 하면서도 늘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주름종이 공예, 비즈공예, 십자수 등등 … 그래서인지 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도 자연스러운 풍경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온 집안이 엄마의 그림으로 가득 찼다. 엄마의 하루 일과는 그림에서 시작해 그림으로 끝이 났다. 통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고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엄마는 언젠가부터 약을 줄이기 시작했다. 캔버스 앞에서 붓칠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왔다.




© 작가 송진희




엄마의 그림이 끊임없이 더 나아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하루에도 캔버스 몇 개를 돌려가며 계속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봤다. 돋보기를 쓰고 스마트폰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그림 소재를 연구하는 옆얼굴을 봤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엄마의 반짝이는 눈을 봤다. 엄마의 열정과 기쁨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내 안에 쌓이고 있었다.







자신의 일의 가치를 믿고, 좋은 걸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의 사연과 진심을 들을 때마다 벅차오른다. 그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부러웠다. 나도 사랑하는 일을 찾고 싶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신께 기도했다.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세상과 나눌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었다. 글쓰기 모임을 열어 사람들의 마음을 묻고 쓰도록 안내하고,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고 무대 위에 서게 했다. 인터뷰와 글쓰기. 그게 바로 나의 열정이자 기쁨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엄마가 그림을 통해 부자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민 않고 물감을 사고, 세계 방방 곳곳을 여행하며 영감을 얻고, 원 없이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엄마 미안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그렇게 해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서. 엄마가 먼저 부자가 돼야 될 것 같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볼게. 엄마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



한동안 비밀로 하려다가 엄마에게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글 써가지고 엄마 그림을 알려서 엄마가 그림으로 돈 많이 벌게 해 줄게” 장난스레 말했다. 엄마는 대답 대신 저녁 준비하러 부엌으로 가면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으려나’ 혼잣말을 했다.



그럴 수 있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볼게.

엄마의 열정과 나의 기쁨이 만나는 이곳에서




© 작가 송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