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엄마 열정이 탐이 나.

by 송조



흐린 날엔 엄마 생각이 난다. 날이 흐리면 통증이 심해져 잠을 거의 못 주무시기 때문. 오늘 비가 많이 온다. 엄마는 오늘도 뜬 눈으로 밤을 새웠겠군.



궂은 날씨 때문이 아니라도 엄마는 요즘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뭘 그리지 고민하느라 자다 깨고 깊은 잠에 못 든다고. 초대 작가가 되고 은근한 부담감이 생긴 걸까?



잠옷 차림으로 그림 마무리 중인 엄마



엄마랑 데이트를 하다가 엄마가 수업을 받고 있는 선생님이 새로 이전 오픈한 화실 옆을 지나게 되었다. 온 김에 인사나 드리고 갈까? 약소한 간식거리를 사들고 화실 문을 두드렸다.



인사 차 들린 자리에서 어쩌다 수업 문의 상담이 시작되었다. 엄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 동네 문화센터에서 함께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아줌마들과 공유 화실을 하게 된 사연, 그림에 관한 요즘 고민과 더 배우고 싶다는 열정. 짧은 시간에 수많은 이야기 오갔다.



선생님께 매주 공유 화실에서 이모들과 그룹수업을 받고 있는데, 추가로 선생님의 화실에서 개인 수업을 받기로 했다.



양산역에서 부산 수영역까지. 집에서 선생님 화실은 왕복 3시간이 훌쩍 넘는다. 거리가 멀어 힘드시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지금 사는 곳에 이사 오기 전에는 공유 화실까지 왕복 4시간 버스를 2번 환승해가며 다녔다고 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왕복 4시간을 오가던 때, 몸이 불편한 엄마가 먼 거리를 오가는 게 늘 마음 쓰였던 나는 어떻게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묻기만 했었다.



“너무 먼데, 힘들지 않아?”



“엄마는 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다녀. 창밖으로 경치 구경하면서. 계절마다 얼마나 이쁘다고. 봄엔 연두색 새싹과 꽃 구경, 여름엔 여름대로 울창한 숲, 가을엔 단풍, 겨울엔 그 나름 운치 있지. 그리고 가서 이모들이랑 수다 떨고 밥 먹고 재밌잖아.“



선생님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엄마는 되려 눈이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저는 뭐 그릴까 고민은 해도, 한 번도 그림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어요. 옆에 언니들은 그림이 내 맘같이 안 그려지면 한숨 쉬고 스트레스받고 그러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궁금해요. 이 컬러를 어떻게 냈을까? 이런 느낌을 내려면 붓 터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에 하루 종일 챗GPT한테 이런 것만 물어봐요.”



아무리 그래도 한계가 있다며 선생님께 더 배우고 싶다는 엄마. 그냥 좋아서 하던 일에서 잘하고 싶은 일로. 그리고 싶은 걸 그리던 시기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시기로. 엄마는 그림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엄마를 지켜보며, 좋아해서 잘하고 싶은 깨끗한 열정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감탄하면서도 궁금했다. 그런 마음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지? 나는 늘 말로만 좋아하는 일이라 하고 그 이면인 잘 해서 인정받고 빨리 성취하고 싶은 조바심이 있었다.



엄마의 열정이 탐이 난다. 엄마 곁에서 지켜보면 알게 되려나?



엄마를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했으면서 결국 수혜자는 또 나다. 딸은 언제나 엄마에게 받는다. 엄마의 젊음, 꿈, 밥, 사랑 그리고 지혜까지.



그룹 전시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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