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나를 만나는 과정
나에게 글쓰기란 참 감사한 존재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나의 일기를 몰래 읽고 며칠 후 일기를 읽지 않고서 알 수 없는 내용을 발설하셨고 나는 혼이 난 적이 있다. 어머니의 호기심과 글쓰기의 배신은 나의 동심을 깨뜨렸고, 그 후 한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 대학 때 첫 남자 친구가 생겨 연애 호기심과 감정을 호소할 데가 없어 일기에 담았다. 이 역시 어머니에 의해 발각이 되었고, 괜히 다 끝난 연애사를 뒤 쑤시는 괴로운 날을 겪었다. 나는 방심했던 나를 자책했다. 그 이후로 나의 솔직한 생각 및 감정에 대한 기록은 나에게 ‘위험한 것’으로 다가왔고 한동안 글쓰기와 멀어졌다.
그 후 대학 졸업 때쯤 뒤늦게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가 자발적으로 마구마구 솟아 올라, 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체득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글쓰기 시간에 교수님의 칭찬을 받고 자신감을 얻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나는 비로소 뒤늦게 글쓰기의 아름다움을 엿봤다.
글쓰기는 신통하고 특출 난 구석 없는 나에게 묘한 힘을 주는 구석이 있다. 글쓰기의 좋은 점을 들자면 세 가지가 있다.
1. 생각이 명확해진다
평범하고 뭉툭한 나의 생각이 막 깎은 연필처럼 뾰족해진다. 갯벌에서 모래를 털어내고 진주를 찾아내는 것처럼 뿌였던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뇌의 산물을 찾은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글은 나의 생각을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다. 좀 더 세련된 나를 만날 수 있다.
2. 사고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내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글쓰기를 통해 구조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생각이 정리되면 인생에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된다.
3. 기억력이 짧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내 생각의 역사 기록이 된다
기록을 통해 진화하는 나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부끄러움도 가끔 찾아온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이러하다. 인생을 자주적으로 살기 위해서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하고 글쓰기는 나를 단련시켜주는 친구이다. 또한 뇌의 산물을 분출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영감을 줄 만큼 글재주가 없어도 글쓰기를 가까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 플랫폼과 같이 다른 사람들과 나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다는 것에 환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