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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May 02. 2019

쓰면 글쓴이가 된다

까짓거 다시 써볼게요

울 엄마는 글 쓰는 딸이 갖고 싶었댔다.


딸을 낳으면 꼭 작가로 키우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인지 어린 날의 엄마는 나를 데리고 일주일에 몇 번씩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나는 거기서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를 비롯한 동화-소설들,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와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주홍 글씨, 삼총사를 읽었다. 그 상상, 그 장면, 그 이미지들에 뒤덮여 책을 읽고, 꿈을 꾸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라나면서 글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쓸만한 글들은 '기껏해야' 친구에게 보내는 쪽지, 생일편지, 혹은 숙제로 쓰는 감상평-이라고 말하는 요약집- 정도였으니까 그랬을까.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글쓰기 학원도 다녀봤지만 뭐가 좋은 글인지, 이건 왜 별로인 글인지 기준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 시절의 내게 텍스트란 그저 읽고 삼킨 다음- 짧게만 기억했다 곧잘 잊어버려도 되는 것들이었다. 논술 첨삭 결과가 좋아도 나빠도 아무 감흥도 생기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나는 글을 못 쓰나 보다. 싶을 뿐이었다. 어차피 내가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내가 쓸 가장 긴 글은 기껏해야 몇 장 짜리 과제용 리포트일 테고, 그거 말고는 인스타 포스팅 정도일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신기한 사람들을 만났다. 매일 한 줄이라도 일기를 적는 사람. 바빠서 밀리더라도 몰아서 써두는 사람. 그리고 글로 먹고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 그리고 가끔이라도 그 사람들 글을 읽으면, 재밌었다. 문장이 어쩜 그렇게 잘 읽히고 이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게 만드는지. 흥미로웠다. 그리고 나도 흥미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게다가 강아지랑 지내면서,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흘러가고 있는 소중한 시간을, 내 기억만으로는 붙잡고 있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면서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비록 그러다 공백을 1년이나 만들어버렸지만, 다시 작심 삼일이 되더라도 시작해야겠다. 글쓰기.


엄마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꿈은 이루어졌는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결과가 아니라 상태니까. 내가 글을 쓰면,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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