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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세금 좀 걷어주실래요?

잘 좀 부탁드립니다.

by 소녜

호두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참 많은 것들이 아쉽다.

일단, 산책 중에 손에 든 짐이 참 많이도 늘어난다. 배변봉투 때문이다. 뭉개지고 찢어질까 봐 가방에 넣기도 좀 그렇고, 내용물이 든(..) 배변봉투가 생기면 한 손에 들고 다니다 쓰레기통을 발견하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 동네가 그런 건지, 생각보다 쓰레기통이 참 별로 없다. 엄마에게 툴툴거렸더니 워낙 가정 쓰레기 밖에다 버리는 사람이 많아서 다 없애는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제대로 안 치우고 간 흔적도 꽤 많이 보이는데,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도 참 불쾌하다. 호두는 꼭 냄새 맡으러 가는데, 잘못해서 밟을까 걱정도 된다. 제발... 잘 좀 치웁시다..!


이런 불편함을 매번 겪다 보니, 이런 생각도 해봤다. 반려동물 등록칩이나, 등록증에 RFID를 적용하는 거다. 그리고 길에 배변봉투랑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특정 회원권을 구독(?)하는 사람이 반려동물의 RFID를 가져다 인식하는 부분에 가져다 대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러면 사용할 수 있는 사람만, 제공자가 원하는 목적대로만 사용할 테니 좋지 않을까?

이게 되면 반려견 공원도 잘 조성해놓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모두 맞은 친구들만 들어올 수 있게 할 거다. 특정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이력이 있는 친구들은 교육을 이수해야 들어올 수 있다. 견주들은 이런 회원권을 구독하려면 관련된 매너 수업을 필수로 몇 시간 이수해야 한다.

만약 이런 내 상상이 가능해진다면, 맘 놓고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는 것일 테니 반려견과 산책 나온 사람들도, 반려견이 없는 사람들도 깨끗한 길에서 좀 더 평화롭게 여유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걸 사업 아이템으로 해보면 어떨까 잠깐 생각하다가도,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 엄두가 안 났다. 누가 나 대신해주면 좋겠다…)

사실 독일 같은 국가를 보면, 대부분의 이런 요건들이 국가 수준에서 해결된다. 반려견을 입양하려면 시험을 봐야 하고, 모든 동물들이 등록이 되어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

https://youtu.be/vs0LYGd1W8U

혹시나 물림 사고가 일어나거나, 공격성이 강한 개가 발견되면 훈련소에 들어가서 행동교정 훈련을 받은 후, 훈련이 끝나면 다시 가정집으로 돌아간다. 견주들도, 견주가 아닌 사람들도 매너를 지키며 같이 어우러진다.

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독일에도 있을 테다.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서로가 모두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해주고 있는 거다. 참 부러운 나라다.


그래도 좀 다행스런 소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9월부터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아직 안 하신 분들 어서 하십시다!!!

강아지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해지면 유기범들도 줄어들 테고, 실제 반려인구도 정확히 집계할 수 있을 테다.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지도 트래킹 된다면 적당한 때에, 적당한 교육이나 접종을 받으라는 안내도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미리 교육을 통해 행동 교정을 받고, 사고도 줄어들 수 있을 거다.


혹자는 그 시설 운영이나 제도 운영은 무슨 돈으로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세금을 걷으면 되는 거 아닐까? 누가 어떤 개를 키우는지 정부에서도 알고 있을 테니 그걸 기반으로 세금을 걷고 운영한다면 누가 뭐라고 할까.


오히려 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는데도 동물학대가 일어나거나, 혐오 이슈를 겪고나, 물림 사고 등이 발생하면 더 명확하게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될 거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그런 날이 어서 오면 좋겠다.

참 내, 세금을 걷어달라고 사정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이 세금이라면, 그리고 그 세금이 잘 운영된다면, 정말 너무나도 기꺼이 낼 거다.


그러니까 어서 세금을 걷어주세요. 그리고 제도를 만들어주세요, 저희가 다 같이 더 잘 어우러져 살 수 있게. 잘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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