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수영을 정말 못했다.
우리 학교 수영 체육대회에서 나는 항상 꼴찌였다. 물속에서 떠다니고 싶을 때는 몇 초 만에 맥주병 신세가 됐다. 엄마가 학교 끝나고 수영 과외를 보내줄 때마다 아마 스스로 답답해 죽으셨을 거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나는 물속에 있는 것을 절대 무서워한 적은 없었다. 사실 물놀이를 굉장히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문제는, 나도 내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 곤란한 상황을 일으키지 않을 만한 곳에서만 해염 치고, 만약에 내가 심각한 상황에 빠졌으면 스스로 구할 수 있을 공간에서만 지냈다.
안타깝게도, 이런 내 모습은 우리 학교 수영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최대 용량으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나는 항상 집 안에서부터 “강렬하다”, “작작 해라”, “투 머치 다 (too much)” 이런 말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막상 연애를 할 때도 “이해가 안된다”, “이상한 소리를 하냐”, “무슨 말하는지 몰라서 관심 없다”라는 얘기도 몇 번 들었었다. 그때 나는 어렸었기에, 제대로 상황을 스스로 평가를 안 한 채 이 말들이 사실일 거라고 인식했다. 나는 탁구공 한 통을 나무바닥에 부은 듯이 생각이 여기저기 튕기는 사람이라서 이럴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점점 사회생활도 연애도 시도해 봤을 때, 탁구공들을 다시 통에 쑤셔 넣어서 다시는 그 통 뚜껑조차 만지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 스스로가 문제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내가 강렬한 게 맞나 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갈수록, 전체적으로 “나”가 아닌, 약간 편집이 된 “나”로 사랑을 시도를 해봤다. 눈부시다고 불평불만하는 사람 때문에 불빛을 살짝 줄여줬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규제를 따르기 위해 검열된 후 통신된 버전으로 시도를 해봤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갈수록, 전체적으로 “나”가 아닌, 약간 편집이 된 “나”로 사랑을 시도를 해봤다.
너를 만날 때까지는 이게 당연한 줄 알았다.
너가 나타난 그날 나는 생생 기억한다.
친구? 동료? 경쟁자?
너도 문학 작품을 통해 엉망진창인 것에서 뭔가 아름다운 걸 찾으러 다녔다.
너도 단어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선택하고 말을 했다.
너도 생각을 할 때 눈에서 특유의 반짝임이 보였고, 그 눈 반짝임은 별자리가 아닌 은하수였다.
왠지 내 머릿속에 끓고 있는 생각들을 한 잔 따라주면 결코 너는 너무 뜨겁다고 뭐라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결코 너는 찻잔이 커피잔이든 종이컵이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오히려 차 한잔 따라준 것만으로 고맙다고 했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볼 수 있었던 너의 인상은 이랬다.
날이 갈수록 너 생각날 때, 나는 편집을 대충 처리하기를 시작했다. 불빛을 줄이는 습관을 멈췄다. 규제고 뭐고 다 버리고 한번 후루룩 읽고 나서 바로 통신했다. 이렇게 내 원본 원고를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게 돼서 내 본체가 들어냈다. 자신이 넘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나는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 아니고, 혹은 내가 너무 강렬하고 정신산만 해서 상대방을 쫓아내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나를 재기 위해 너무나도 가벼운 저울을 가져오는 사람들만 족족 만난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알고 보니 나는 사랑을 얕은 물속에서 무릎 꿇고 기어 다니듯 하고 있었다. 내가 사랑을 못해서가 아니라, 물의 깊이는 내 선택의 여지가 아니어서. 그리고 나는 그런 선택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다녀서. 이게 그저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실은 이렇다 - 나는 체육관도 아닌, 수영장도 아닌,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을 깊은 바닷속으로 향해야 한 거였다. 내 아픔은 전형적인 가슴아픔이 아닌, 오랫동안 얕은 물에서만 지내는 바람에 다리를 풀지 못한 근육의 통증이었다.
내 아픔은 전형적인 가슴아픔이 아닌, 오랫동안 얕은 물에서만 지내는 바람에 다리를 풀지 못한 근육의 통증이었다.
너로 인해 내 심장이 자기와 같은 종을 알아보는 순간, 거울이 깨졌다. 그래서 그렇게 유리처럼 심장을 깨지게 한 것은 곧 내가 왜 지금까지 맥주병이었는지를 깨닫게 한 거였다.
나는 그렇게 수영을 못해도 상관없이 사랑을 깊게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근데 감히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난생처음으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떠내려가 버리게 된 거다. 그리고 헤엄치려고 하니까 순간 헤엄쳐야 했던 상황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동작조차도 까먹었다.
그래서 나는 온갖 센 척하면서, 동네 깡패처럼 너에게 건방진 모습으로 대견해본 거였다.
"니가뭔데 내 강렬함을 맞출 수 있을 거처럼 행동을 해?"
손이 저절로 풀리기 시작하며, 탁구공 통 뚜껑이 벌어져서 공 하나가 굴러 나왔다. 공은 체육관 바닥을 톡톡 거리면서 가로지르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공이 굴러갔다. 너는 발로 공을 멈추고, 바로 주웠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한 한마디: “하나밖에 없어?”
이게 내 석방이었다.
“하나밖에 없어?”
나는 여전히 수영을 정말 못한다. 지금도 내 한계를 잘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부터 도저히 어떻게 해야 되는지 시작조차도 모르겠다. 난생처음으로 곤란한 상황을 일으켰다. 심각한 상황에 빠져서 스스로 구할 수 없다. 너무 깊어서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잠겼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된 상황이다.
아니다.
잘못된 게 아니다.
나는 살면서 최대 용량으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이건 그걸 드디어 이룬 결과다.
어쩌면 발은 원래 바닥에 닿으면 안돼는 것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