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곤하지? 힘들지? 굳이 티 안내도 알 것 같아.
나도 알고 있어. 나도 조금 시끄럽게 말 격하게 썼었는데 너가 그 꼴을 보게 됐다면 내가 먼저 사과할게. 가끔 사람들이 너한테 부담될 질문들, 이상한 말들 쓸 때 내가 다 분할 때가 있어서 욕이 나올 때가 있어. 내가 너의 입장을 생각하면 내가 괜히 분하고 억울하더라. 너가 걸어온 길은 그냥 길도 아닌 무거운 백팩 메고 오르막길이었는데, 그걸 생각 못해주는 사람들 봤을 때 내가 하도 화나서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욕이 저절로 나와.
지금 상황엔 내 편지를 마치 종이배로 접어서 바다에 띄우는 기분이야 - 과연 내 필기가 바다 얼만큼까지 떠내려갈까? 아님 바로 무너져서 가라앉을까? 응답을 바라지 않은 채로 편지를 보내니까 나의 말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잘 통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너는 엉망이어도 나는 고집 하나는 더럽게 세기 때문에 어디 안 가고 버틸 거야. 근데 지금 상황에는 말 빼곤 어떻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기도 해. 내 문제는, 나는 위로를 참 못해. 의리랑 말솜씨랑 시간이 있으면 뭐 해, 제일 중요한 걸 잘할 줄 모른다는데.
나는 “괜찮아”라는 말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거든. “괜찮아”라는 말은 과하게 안전하고, 과하게 예의 바르고, 과하게 부드러워. 그렇게 종이에 적힌 말은 시간이 지나면 연필자국이 점점 흐려질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너한테 위로를 해줄 거면 제대로 해보고 싶어. 세게 하고 싶어. 콘크리트 위에 넘어져서 무릎을 긁히고 싶어. 칼로 나무줄기를 새기고 싶어. 담배를 하나 피워서 가래 낀 기침을 한번 내보고 싶어. 너가 짜증 내면서 놓으라고 할 때까지 장난치듯이 껴안고 싶어.
지금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렇다면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지.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창의력을 조금 써먹어봤어.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말이랑 글밖에 없잖아. 그래서 대신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편지를 써서 바다에 띄어주는 거는 내가 전해주고 싶은 말들 보내주는 거고,
아침에 매미들의 울림은 너에게 모닝콜 해주는 거고,
햇살은 따뜻할 땐 내가 여기서 보내준 거고,
비 오는 날은 너의 스스로 생각할 시간은 가지라고 상기시켜 주는 거고,
바람 부는 날엔 공기는 손이 없으니까 나뭇잎을 흔들어서 박수를 쳐주는 거고,
세상의 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 지구는 구형이기 때문에 끝을 보는 게 아니라 수평선을 보는 거니까 내일엔 또 해가 뜬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거야.
이렇게 지구가 너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콜라보를 하는 중이라고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어느 계절이든.
오늘만큼은 나는 너를 위해 자연과 공모를 하고 있어.
왜냐하면 나는 어디 안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