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효정 Sep 20. 2019

10만 원에 얻어걸린 비행기표

02

10만 원에 얻어걸린

보라카이 비행기표


우리 이번엔 바다가 있는 휴양지로 여행 가자.”


9월까지 휴가 없이 일만 했으니 지칠 대로 지쳐있기도 했고 우리에겐 무엇보다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반가운 말이었다. 어디든 가보자 하고 정한 곳은 무이네! (이유는 사실 없다)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무이네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에어서울에서 파격적인 특가 항공권을 오픈한다는 광고에 혹해버렸다. 안 그래도 가는 방법도 힘들고, 무엇보다 항공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서 고민이 되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어차피 목적지에 상관없이 휴양지라면 어디든 괜찮았기 때문에 특가 중에 뭐라도 얻어걸리면 가자라는 생각이기도 했고.


특가 오픈날. 대학교 수강신청 이후론 해본 적 없는 타이머까지 키고 광클을 노렸다. 실패하면 무이네를 가기로 하고! 집요한 인내심 끝에 보라카이행 특가 비행기표를 2인 왕복 20만 7천 원에 샀다. 부산 가는 가격에 보라카이라니. 싸게 얻어걸린 항공권에 이미 여행의 절반은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특가 항공권 때문에 우린 보라카이에 가게 됐다.


사실 난, 보라카이가 처음은 아니다. 여권에 찍힌 도장을 보니 2013년. 6년 전쯤 보라카이에 갔었네.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게 있다면, 화이트 비치에 앉아 내가 여길 다시 온다면 꼭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겠다고 결심한 것! 어쩌다 보니 다짐이 이뤄진 셈이다.


이번에도 “오히려 좋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마법처럼 아쉬움은 줄어들고, 기쁨은 배가 된다. 계획된 일이 맘처럼 되지 않아 차선의 선택을 했을 때 의기소침해진 서로에 마음에 긍정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하던 말인데, 이제는 더 큰 긍정을 느끼기 위해 말하기도 한다.


오히려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아 여행이 기다려지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식물을 키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