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 크기만큼 좋아할 수 있다면」 표지 디자이너 BBB 인터뷰 ①
저의 첫 책 「야구공 크기만큼 좋아할 수 있다면」은 작년 11월에 발간했습니다. 브런치와 스테디에세이클럽에서 묵묵히 써온 글을 책으로 엮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는데요. 특히 책의 표지 디자인은 빅 보울 브랜딩(Big Bowl Branding, 이하 BBB)이라는 브랜드와 협업했습니다. BBB의 디자이너와는 지금 근무하는 광고회사에서 만난 사이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료였습니다. 이제 갓 입사해서 잘 모르고 헤매던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따뜻한 마음씨에, 주어진 일도 멋지게 해내고, 취미 활동까지 완벽한 갓생을 살고 있는 분입니다.
지난 1월 말 BBB 디자이너와 만나 새해 기념이자 뒤늦은 출간 뒷풀이를 했는데요. 작년 9월부터 10월, 약 한 달 간 진행한 작업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인터뷰는 두 개의 파트로 구성했으며 첫 번째는 디자이너로서, 두 번째는 야구팬으로서 솔직히 나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을 읽었고, 읽게 될 독자 분들에게 소소한 읽을거리가 되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크게 성장할 대기만성 브랜드를 만드는 빅보울브랜딩입니다! 브랜드로서 성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로고, 패키지, SNS 디자인 등 브랜드의 씨앗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선 서녕작가님과는 일 하다 만난 사이이자 잠실야구장에서 피맥 먹던 사이입니다. 그러다 작년(2022년)에 뭔가 새로운 걸 같이 해볼까 했었는데 하반기에 야구 에세이의 소식을 듣고 그래 이게 올해의 콜라보*구나 들뜬 마음을 안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서녕’s Comment: BBB와는 몇 년 전부터 만나서 하고 있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아홉 개 세우고, 그 목표를 3X3 빙고판에 채워서 다짐하는 일을 했었다. 그중에 2022년의 빙고 한 칸은 같이 ‘콜라보레이션’하는 목표를 세웠는데 마침 책을 발매하게 되면서 BBB에게 의뢰를 드렸다.
작가님이 뭘 말하고 싶은지를 알고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작년 9월 어느 날 밤 아홉 시쯤 첫 온라인 미팅을 했었는데요. 그때 책 제목이 왜 '야구공 크기만큼 좋아할 수 있다면'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사실 대답을 듣기 전에는 '야구공은 손바닥보다 작으니 조금만 좋아하고 싶다는 걸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서녕 작가님의 야구공(=야구를 애정하는 마음)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컸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해한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죠. 먼저 야구 그라운드를 그리고, 제목 다음으로 볕 좋은 우측하단 넓은 곳에 서녕작가님의 큰 야구공을 띄웠습니다. 그렇게 야구 그라운드이자, 서녕 작가님의 마음을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스케치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알아보고자 레퍼런스를 찾았습니다. 레퍼런스의 목표는 크게 2가지였는데요.
목표 1 : 복잡한 야구 그라운드를 심플하게 보여주기
=> 사람들이 딱 보고 야구 경기장을 알아볼 수 있도록, 근데 너무 자세히 표현하면 야구공에 갈 시선을 빼앗을 수 있으니 중요한 포인트만 담아서.
목표 2 : 서녕작가님의 큰 야구공을 더 돋보이게
=> 야구공 크기 외에, 야구공의 위치, 배경에 그림자, 색 대비 고려
*서녕’s Comment: 디자이너님과 회사에서 나란히 앉아서 업무를 했던 사이라서 제작 과정 내내 정말 합이 맞아서 편했다. 둘 다 광고회사 출신답게 A안, B안도 제작하고 한 가지 안을 선택해서 디벨롭하는 프로세스 등등. 2017년에 같이 일하던 기억이 나서 아련하기도 했다. 특히 서로 찾아온 레퍼런스를 보여줄 때 종종 같은 레퍼런스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작업이 잘 안 풀리면 침대에서 잠깐 항복을 하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기웃거리며 텐션을 다시 올리는데 이번 작업은 이상하게 서녕작가님과의 관계 덕분인지 아주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핀터레스트를 폭식하듯이 정독하고, 샤프를 들어 스케치하기를 무한 반복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D 오히려 (표지 작업이) 해보지 않은 것이라서 더 좋았고, 사실 매체 관점이 아닌 프로젝트 관점에서는 모든 것은 다 처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번 잘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우선 군더더기가 없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서녕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지에 담으려고 했고요. 요약하자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돋보이게 하자’입니다.
깔끔해서 좋고요. 제 의도 대로 작가님의 마음과 텐션이 야구공에 잘 묻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묵묵히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69페이지 아래에서 4번째 줄)
5년 전 서녕작가님과 함께 치열하게 일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하는 생활이 일상이었고 당시 당번이란 제도가 있어서 당번인 날에는 아침 7시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하루를 꼬박 새우면 욕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어 잠깐, 이거 너무 힘든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다가 하지만 몇 시간 있다가 다시 나가서 스크라이크를 던졌던 그 시절의 빛나던 우리가 생각났습니다. ㅠㅠ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낮은 마케터 밤은 야구팬, 아무튼 프로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일은 일이고, 일터 밖에서 즐거운 내 자아를 꺼낼 수 있는 대상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열일하는 내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도 애증 하는 일을 잠시 떠나 오롯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1시간이든 1분이든, 순수하게 날 웃게 만드는 시간을 꼭 사수하세요!
*빅보울브랜딩(BBB)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