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아이스크림이 되고 싶다. 누구나 원하는 인기쟁이가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뜨거운 해변에 툭 털어져 질질 녹아내리는 그런 아이스크림이 나였으면 좋겠다.
모두가 잠든 월요일의 새벽, 파리 올림픽의 폐막식은 아직 한 낮이다. 사 년 뒤에 올림픽이 열리는 LA에서 티저 형식의 무대가 있었다. 영화 촬영 세트처럼 긴 야자수들이 있고 모래 위에 나무에 연하늘 페인트칠한 무대 공간이 있었다. 흰색의 넉넉한 폴로셔츠를 입은 빌리 아이리쉬는 특유의 느긋한 목소리로 그녀의 신곡 The birds of feather을 불렀다. 간주가 시작되고부터 나는 LA 해변의 아이스크림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었다.
존재조차 모를 만큼 모래알 속에 스며드는 듯한 느긋함과 여유로움, 그래 나는 더 이상 꽝꽝 얼려지고 싶지 많은 않다.
매일 하는 것은 많은데 발전은 없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많아서 작아지기만 한다. 어차피 사라지는 결말은 같다면 배경이 LA 해변이 되는 건 어려울까.
나이의 앞자리가 2가 되고나서부터 모든 선택과 결과는 오로지 나의 몫이었는데, 나이라는 파도는 십 년을 거슬러 뒤늦게 거센 에너지를 과시한다. 서퍼라면 이런 파도가 있는 해변은 쳐다보지도 않겠지.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린다. 유리문을 밀자마자 연두색 폴라포가 눈에 띈다. 새로운 매실 맛이다. 매실을 좋아하는 나는 바로 집어 들고 계산을 마치자마자 입에 쏙 넣는다. 매실 특유의 달고 시원하면서 약간 쓴 뒷맛이 난다.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