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였다면 '한 살 더 먹었네'라는 말로 넘겼을 연말이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후 '각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논리에 내가 넘어갔다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결정이니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은, 2025년은 자비 없을 것이다.
내년에는 더 '뾰족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다짐했다. 이 다짐을 다짐할 수 있도록 목표를 기록하는 노트도 샀다. 그동안 '낭만'으로 포장하며 순진하고 안일하게 살아왔다. 나 스스로의 행동을 이렇게 말하는 것이 폄하라고 생각해 자제했지만, 이 험한 세상에서 더 이상 이상적인 가치만을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후로 가족들은 '서울은 가만히 있으면 코 베어 간다는데 고생이 많다'는 말을 종종 건네며 위로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이리 걱정이 많으실까, 그저 가족의 마음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시는 정글보다 더 지독한 곳이다. 도시를 문명화 되었다(civilized)고 표현하는 말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 자연은 야생의 섭리라도 있지 도시는 그저 생과 사 밖에 없는 이분화 된 정글이라 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나의 고생이 누군가의 영예가 되며, 대접 받지 못하는 사회.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없는 사회, 사실 내가 대단한 성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열심히 한 만큼은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어필하지 않아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내가 돋보일 수 있도록 판을 짜지 못해서. 그 것이 중요한 가치라면 나는 무능력하겠지. 하지만 돋보이는 것이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된다면 평가의 진정성에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내년에는 뾰족해질 것이다. 그 무엇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내 처지와 현실에 대해 바짝 곤두세우고 날카롭게 나아갈 것이다. 칼로 연필을 깎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야지. 나를 뾰족하게 만든 이들에게 나역시 뾰족하게 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