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쓴 책

단편집 날것의 생들

by 이도원

지난 해에 이어 두번째 책이다. 제목은 날것의 생들이다. 평론가와 출판자의 제안대로 책 제목이 정해졌다. 평론은 날것의 소설적 인물과 주제가 주였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생속이라는 말을 들었다. 생속이어서 그래. 그 말은 철이 없다는 것으로 들렸다. 감정을 조율하고 인내하여 적당히 안정적인 표정으로 나직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거나 속마음이 투명하게 들키거나 읽히는 일이 왕왕 있었다. 억울하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생속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성숙한 것인지, 사람꼴이라는 뜻인지 알 길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 면목인 걸 어쩌나. 나의 변명이 다였다.


그러니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속일 수 없는 장소, 인공이 아닌 거칠고 황량한 지붕이 없는 공터이거나 척박한 장소였고 그곳에서 살아가거나 버티는 인물이 다였다. 군대에서의 불합리가 사회에서 그대로 통용되는 사회, 위선과 허위를 녹음기를 통해 습득하는 어린 소녀, 쥐를 두려워 해 도망친 가장을 사랑하는 아내, 자살한 언니의 책임을 오빠에게 묻는 여동생, 아비를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여자, 상간녀 소송에서 철저하게 패배한 여자 등등 모두 맨 얼굴의 사람들이다. 나처럼.


이제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 소설에서 나는 못다 한 이야기를 다 쏟았던 것인가. 날것이 익혀지는 동안을 견딜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음 소설은 다른 류의 양상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 다만 지치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 날것을 되도록이면 오래도록 유지하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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