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로미오

13. 큰아버지

by 이도원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 초원장 주변으로 우후죽순 늘어선 모텔들이 일제히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고 난 뒤부터 초원장은 더욱 손님이 줄어들었다. 로미오는 월세 받습니다, 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여차하면 지금 들어있는 7개의 방뿐만 아니라 1층과 2층을 제외한 모든 객실을 월세로 돌려놓을 참이었다. 이렇게 되면 초원장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여관이 아니라 여인숙으로 전락되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나 집이 없는 사람들의 숙소가 되어버리면 사랑을 나누기 위해 대실을 이용하는 손님은 물론 숙박을 하는 사람들조차 기피할 것은 당연한 결과가 된 것이다.

손가락으로 헤아려도 될 만큼 손님은 줄어들었고 장기투숙을 하려고 온 외국인근로자 몇 명이 들어왔을 뿐이다.

그때였다. 수부실 앞에 미자이모가 서 있었다.

“어서 안 가? 큰아버지도 아버지도 바람댁도 모시고 와야 하는데. 난 제사상 준비 다 끝냈어. 우리 도련님이 오늘 정신이 없네.”

나는 차를 몰았다. 여름 볕이 따갑게 호수를 반짝반짝 빛나게 했다.

병원에서 나온 것이 좋은지 큰아버지의 입이 동굴처럼 커졌다. 오늘이 할머니의 기일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 큰아버지가 히히 소리를 내며 웃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못마땅한 듯 쳐다보았다. 큰아버지의 웃음은 그들에게 기괴하거나 흉측하거나 정상적이지 않는 것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그런 웃음을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 불쾌하고 두렵게 느껴진 나머지 몸을 피했다.

큰아버지는 이제 공원 안 분수대 앞에까지 가고 있다. 물이 없어진 지 오래인 분수대는 잔뜩 녹이 슬어 녹물이 번져 있었다. 큰아버지는 그 녹물을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손가락은 어느새 붉은 물이 들었고 그 손가락은 큰아버지의 입으로 들어갔다.

“큰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로미오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큰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해해 웃어대며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는 큰아버지에게 다가가려고 하다가 로미오는 그만두었다. 까짓 거 뭐,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동안 감옥 같은 병원에서 고생했으니 오늘 하루, 지금 만큼은 큰아버지는 자유예요.

‘이제 내가 돌볼게. 그게 언니의 소원이기도 했어.’ 미자이모가 말했다. 할머니는 큰아버지를 그런 곳에 더 이상 두어선 안 된다고 했었다. 로미오 또한 폐쇄병동에서 큰아버지가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는 것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초원장에서 큰아버지와 사는 것은 어렵다. 큰할아버지는 요란하게 웃어대며 객실을 돌아다닐 것이고 그것을 일일이 미자이모가 따라다닌다면 결국 초원장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때였다.

“빨리 나가요. 여기서 뭐 합니까. 다 큰 어른이 분수대 안으로 들어가서 오줌을 누다니!”

잔뜩 찌푸린 얼굴의 남자가 분수대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큰아버지는 분수대 안 돌조각상에 대고 오줌을 누고 있었고 누런 오줌이 바닥을 질펀하게 적시고 있었다. 큰아버지는 웃으며 고함을 지르는 남자를 향해 오줌을 누던 성기를 갖다 대고 있었다.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너 죽고 싶어?”

사내가 큰아버지의 목덜미를 잡았다. 큰아버지가 거북이처럼 목 깊숙이 얼굴을 끼어 넣는 시늉을 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사내의 점퍼에 공원관리인이라고 찍혀있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보호자야? 이런 모자란 사람을 그렇게 손 놓고 있으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로미오는 연거푸 고개를 조아렸다.

“에이 재수 없으려니 원. 이제 이쪽으론 얼씬도 하지 마. 알았어!”

남자는 거칠게 큰아버지를 떠밀었다. 그 서슬에 큰아버지가 분수대에 미끄러져 바닥에 쓰러졌다. 큰아버지가 비명을 지르며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면서 분수대 밖으로 나오려고 하려고 낑낑대었다. 그제야 남자가 큰아버지의 정체를 알았던 것인지 자신의 정수리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로미오는 눈에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로미오는 분수대 안으로 들어갔다.

“큰아버지 여기 발을 두세요. 한 손은 내 어깨에 두고요.”

그러자 남자가 로미오와 큰아버지를 번갈아보며 혀를 찼다. 로미오는 큰아버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밖으로 내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남자가 혀를 차며 큰아버지의 반대쪽 팔을 잡고 끄집어내었다. 큰아버지의 몸에서는 지린내가 진동하였다.

“이런 지경이면 공원이 아니라 병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요?”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숨이 턱 앞에까지 차 오른 로미오는 남자의 거친 말에 저항할 힘을 잃어버렸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남자는 손을 바지춤에 닦으며 관리소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큰아버지의 끈적대는 손을 잡아끌었다.

“이제 가요. 식사하셔야지요. 미자이모가 큰아버지 좋아하는 음식 많이 해놓았을 거예요.”

큰아버지는 밥이라는 말에 잊어버린 듯 환한 표정으로 거구의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큰아버지는 로미오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앞으로 뛰어갔다. 출렁대는 배로 뛰어가다가 얼마 가지 못해 바닥에 쓰러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큰아버지의 울음소리가 공원 안을 뒤흔든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마치 낚시 바늘처럼 느껴진다. 여름 한낮의 태양빛이 큰아버지의 머리통에 꽂혀 있었다.

로미오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의 첫 기일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에 대한 불만까지 합쳐져 로미오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다. 로미오와 엄마의 말과 말 중간에 놓인 침묵에는 섬뜩한 냉기가 깔려있다.

“꼭 오시리라 믿어요. 첫 기일이잖아요. 그리고 할머닌 끝까지 엄말 이해하셨어요.”

“돈을 부쳐주지 않으면 안 갈 거야. 내가 왜?”

엄마는 자신의 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을 하고 초원장을 나가고 수없이 많은 돈을 탕진했다. 엄마가 전화할 때는 돈 문제일 뿐이었다. 몇 명의 남자를 거치면서 모두 이용만 당했다. 그들은 엄마의 돈을 갈취하였고 그것이 성공하면 가차 없이 버렸다. 엄마는 어떻게 호스트바에 갈 생각을 하였을까. 할머니가 집을 마련할 돈을 준 것을 고스란히 호스트바에서 만난 호스트에게 다 빼앗겼다. 호스트는 거금의 돈을 빼돌려서 자취 없이 사라졌고 죽니 사니 하면서 이곳에 왔을 때 엄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파킨슨 진단이 나며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엄마는 ‘그래? 에이즈에 이제 파킨슨이라고. 정말 대단하구나. 참내. 알았어. 우선 돈을 좀 부쳐줘. 이번엔 정말 잘해보려고 했는데 또 망했다, 하였고 돈을 부치고 난 뒤엔 차일피일 미뤘다. 전화를 겨우 받았을 때는 ‘내가 간들 뭐 하겠니? 이제 네 아버지와는 아무 관계도 없지. 너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내가 지금 누굴 간병할 처지가 아니다. 나도 먹고살아야지. 그때 그 남자는 왜, 도망갔다니? 의리도 없네. ’ 하며 조소하듯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엄마가 한 말은 더욱 충격이었다.

“난 네 아버지가 죽으면 만날 거야. 그렇게 날 결혼에 이용해 놓고 무슨 자격으로 오라 가라 말이야. 나를 과거의 한 때 몸을 섞은 아내로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만날 거야. 그럼 의식이 없거나 죽을 때 밖에 더 있겠니? 난 네 아버지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정말 구역질 나.… 그건 그렇고 소설은 잘 쓰고 있는 거니? 넌 내가 원하지 않는 것만 하려고 들어. 그냥 보통 사람처럼 살면 안 되겠니? ”

로미오 또한 살아있는 동안의 엄마에 대해선 울 수 없지만 죽은 엄마를 위해서는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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