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간의 클라이밍이 끝날 무렵,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그동안의 근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나 클라이밍 배우고 있어."
"안 그래도 뭔가 상체 라인이 달라졌다 싶었어. 클라이밍이라니 어쩐 일이야?"
체육 전공인 그녀는 역시 남달랐다. 클라이밍이라는 말에 내 어깨와 팔 근육을 이곳저곳 만져보는데 그 모습에 나도 으쓱해졌다.
"배우니까 어때? 재미있어?"
"운동 자체도 재미있긴 한데 이걸 배우면서 근육도 생기니까 다른 운동도 해보고 싶더라고."
이건 나에겐 놀라운 경험이다. 운동이라곤 숨쉬기가 전부였던 내가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는 것.
클라이밍 이전에 해봤다고 말할 수 있던 운동은 고작해야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필라테스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사무실에서 계속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프니 살기 위해서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원체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 피곤한 날은 운동을 빠지기도 했고 주 2회 운동을 간다는 것도 왠지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가다 보면 수명이 연장될 수도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가기에 바빴던 마음가짐이 클라이밍 이후로는 조금 달라졌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팔 근육이 생기자 필라테스에서의 다운 독이나 사이드 플랭크 같은 동작도 조금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필라테스 선생님도 요즘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운동 열등생이었던 내가 평균을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되니 운동을 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조금 더, 조금 더 잘하고 싶었다.
클라이밍도 마찬가지였다. 무리하다가 다칠까 봐 겁이 나서 시도하지 못했던 구간을 완등하게 되면서 실력이 늘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주간의 운동을 마칠 무렵엔 회원들과 함께 다른 클라이밍장으로 원정을 가기도 했다. 물론 나의 실력은 아직 초보라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날아다니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도 계속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비슷하게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도 있다.
"운동하기 시작하면 다들 그렇게 이야기해. 다른 운동도 해보고 싶다고."
이것도 맞는 말. 클라이밍을 배우고 나는 패러글라이딩도 펜싱도 볼링도 또 내가 시도해보지 않았던 다른 운동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지 않은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여전히 운동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나는 도전해보고 싶다.
클라이밍만으로는 체중 감소나 체형 교정 같은 신체적 변화가 크지 않다. 오히려 클라이밍을 잘하기 위해 체중을 감소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사람이 많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나는 손발톱을 예쁘게 가꾸지 못했고, 무릎에 수시로 멍이 들었으며, 손가락도 굵어져 반지도 잘 맞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굽었던 어깨가 펴지고, 어깨와 팔 근육이 발달하면서,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10주간, 정확히 말하자면 고작 10번만으로도 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클라이밍을 선택한 계기는 사소했지만 클라이밍은 내 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나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