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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이한 Jan 14. 2024

그들의 삶과 인터뷰하는 책 3권

1월의 독서 기록 


2024-1. 정희진, '아주 친밀한 폭력' 

#사회정치 #여성 #폭력 #권력 #가정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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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122건, 폭력 발생률 50%, 2.4일에 한 명씩 살해 혹은 살인 미수. 수치로 보는 아내 폭력의 현장이다. 하지만 실제 가해자의 구속 비율은 1%에 그치고 있다. 폭력은 권력을 가진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향해 이루어진다. 폭력의 이유도 권력자인 남성이 정하기 나름이다. 신고하더라도 가정 안에서 해결하라는 사회적 압박과 신고 자체를 꺼리거나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피해자의 아픔은 더 진하게 새겨진다. '아내'와 '어머니'라는 두 이름을 짊어진 여성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폭력의 현장에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성은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가부장제의 울타리 안에 철저히 속하게 된다. 비단 기혼 여성만의 문제일까. 연인 사이에도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 또한 하루 평균 193건 발생했다. 


'때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아내 폭력을 당한 여성 50인의 인터뷰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 기억해야 할 문장

-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남성에게 절실히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그가 가진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이 자신을 원할수록 권력을 느끼는데, 이때 여성의 욕망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소진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 관계에서 여성의 행동은 남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녀는 남편이 자기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이 사죄하고 아내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관계는, 그 시작부터가 남성의 ‘인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남편의 분노는 계속해서 축적되고 다시 폭력 배출극이 시작된다.

폭력은 아내의 ‘원인 제공’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도리’에서 아내가 벗어날 때 발생한다.




2024-2. 남형도,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에세이 #체험 #저널리즘 #따뜻함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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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자의 체헐리즘'으로 유명한 남형도 기자의 에세이집. 기자의 언어는 언제나 날카롭고 건조할 거라 생각했는데 글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따뜻하고 빛난다. 육아맘의 일상, 폐지 줍는 노인, 유기견의 현실, 집배원의 죽음...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곳에도 사람은, 생명은 살고 있다. 훌륭한 에세이는 생활 그리고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책.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 기억해야 할 문장

꽃잎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떨어져요. 젊은이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게에게도, 군밤을 파는 아주머니에게도. 그리고 세상의 빛을 잃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눈부신 당신에게도. [눈 감고 '벚꽃축제'에 갔다 中] 




2024-3. 김희경, '에이징 솔로' 

#정치사회 #여성 #1인가구 #비혼 #40대 #50대 #⭐5점

✨ 생각 더하기

1인 가구, 비혼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40대, 50대 비혼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직 누구도 경험하지 않았고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너 또한 나이 들어 혼자 살면 외롭고 아프고 쓸쓸할 것이라고, 그래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사회에게 그저 '쓸데없는 공포'라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다만 나이 들어서도 중요한 것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 이 책에서는 비혼 공동체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례를 소개하며 혼자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3 가구 중 1 가구가 혼자 사는 시대이면서도 아직 1인 가구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우리 사회.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책이다. 


✍️ 기억해야 할 문장

“네 나이에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으면서, 회사까지 그만두면 어쩌려고 그래? 인생 망칠 작정이야?” 지극한 염려인지 노골적 비난인지 알쏭달쏭한 말을 듣고 얼떨떨해져서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 나이의 여성이 남편도, 자식도, 정규직 직장도 없으면 인생 망가진 것으로 보이나 보다’ 하는 인상만 선명히 남았다. .. 여전히 사는 일에 흔들리고 헷갈릴 때도 많지만, 나이가 들면서 문제를 다루는 품과 역량도 늘어났는지 젊은 시절만큼 괴롭지는 않다. 요컨대 나는 또래의 기혼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그럭저럭 내 삶을 꾸려가고 있고, 10여 년 전 선배의 우려와 달리 인생을 망치지 않았다.

- ‘소신 있게,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에이징 솔로 여성이 많음에도,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러한 자기 인식과 격차가 크다.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중년인데도 혼자 사는 것을 일시적 상태라고 간주하거나 혼자서 일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언젠가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친구가 집에 놀러 오라고 하더니 ‘혼자 사는데 잘 챙겨 먹기나 하겠냐. 맛있는 거 해줄게’라고 말하더라고요 뭐 고마운 말이긴 해도 혼자 사는 사람이 그럴 거라고 단정하는 게 좀 어이가 없어서 ‘야, 그런데 내가 너보다 훨씬 잘할걸?’이라고 대답했어요. 믿지 않더라고요. 이런 일은 수시로 있어요.”

- 마흔이 넘어서도 주변으로부터 “자취생”이라 말을 곧잘 들었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혼자 살고 온전한 살림을 꾸리지 않았으니 일상을 잘 챙기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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