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BTS' 상표(Trademark)의 주인은 방탄소년단일까? - BTS 상표권 분쟁 과정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오늘은 'BTS' 상표권 분쟁 과정을 살펴보며, 상표(Trademark)와 관련된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K-POP의 선두주자라고도 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BTS)는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을수록 '방탄소년단'과 'BTS' 단어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는 '가수공연업' 뿐만 아니라, 방탕소년단이 활동하는 분야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까지 소비자들이 방탄소년단과 BTS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는 경우 '가수공연업'에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를 기초로 '굿즈', '광고업' 등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방탄소년단인 활동하지 않는 영역인 '커피 판매업', '자동차 제조업' 등에 대해서도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유명해지지 전에 미리 'BTS' 상표권을 획득한 제3자가 있는 경우의 상표의 주인은 누구일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표법에서 보호하는 '상표(Trademark)'는 '상품(Goods)'의 출처표시를 나타내기 위한 표장을 의미합니다.
'상품(Goods)'에 따라 권리는 별도로 인정되므로, 주식회사 카카오가 '브런치'에 대한 상표권을 '블로그 전자통신 제공업' 등에서 보유하더라도 주식회사 농심은 '브런치'에 대해서 '오렌지주스' 등에서 권리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동일한 '상표'이더라도 '상품'의 특성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권리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상표 제도의 핵심입니다.
먼저 '방탄소년단'이 사용하는 'BTS' 상표를 살펴보면, 그룹의 영문 명칭 'Bang Tan So Nyan Dan'의 일부 머릿글자를 줄여서 'BTS'로 사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그룹명 'BTS'를 데뷔 당시인 2013년부터 사용하며 국내외 신인상을 휩쓸정도로 단기간에 최정상 그룹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어 '방탄소년단' = 'BTS'로 인식될 정도로 대중들에게 'BTS' 그 자체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BTS'에 대한 인지도를 상표법을 통해 보호하고자 '가수공연업', '음반제작업' 등의 상품을 대상으로 상표권을 출원하였고, 별다른 문제없이 권리를 획득하였습니다.
상표권은 자신의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하지만, 특허청에 지속적으로 권리 유지를 위한 비용을 지출하여야 합니다.
100가지 상품에 대해, 100개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하나의 상표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100배나 많은 비용을 지출하여야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상품에 대해 각각 상표권을 획득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안정하게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지출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사업 영역'과 '장래 예측되는 사업 영역'을 선별하여 상표권을 획득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표출원 전략입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도 현재 활동하지 않는 사업 영역인 '커피 판매업', '자동차 제조업' 등에 대한 상표권 획득을 후순위로 고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이 유명해지는 경우 유명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K-POP 아티스트의 그룹의 명칭으로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에는 '의류업'에 대해서도 권리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도 '의류업'에 대해서 'BTS' 상표권을 취득하고자 하였습니다.
상표법은 수요자가 동일한 상표에 대해 혼동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두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표출원일 이전에 출원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에는 상표권을 인정받을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수요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4조제1항제7호)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상표권은 '상품'마다 권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수공연업'에 상표권을 받더라도 '의류'에 대해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허청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상표출원일 이전에 신한코퍼레이션의 'BTS BACT TO SCHOOL' 상표권이 이미 등록되어 있고 'BTS'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의류업'과 관련한 빅히트의 'BTS' 상표출원을 거절하였습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패션 편집숍 '분더샵'은 2017년 영문 명칭 'BOON THE SHOP'의 약자로 의류업에 대해 'BTS'에 대해 상표출원을 하였습니다.
특허청은 빅히트의 'BTS'와 동일하게, 신한코퍼레이션의 'BTS BACT TO SCHOOL' 상표권을 이유로 '의류업'에 대한 분더샵의 'BTS' 상표출원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나, 분더샵은 특허청의 거절이유 극복을 위해 하나의 전략을 사용하게 됩니다.
신한코퍼레이션의 'BTS BACT TO SCHOOL' 상표권를 인수한 것입니다.
*참고: 상표법 제34조제1항제7호에서는 '타인'의 등록상표에 대해 적용되므로, 실무적으로는 거절이유의 대상이 되는 상표를 인수(Buy) 하거나 Assign-Back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빅히트와 달리, 신세계 분더샵은 'BTS' 상표출원에 대해 위 거절이유를 극복하고 등록 직전의 단계인 등록공고 단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신세계 분더샵의 'BTS' 상표 등록을 저지하고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습니다. 'BTS'가 전세계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임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허청은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드려 최종적으로 신세계의 'BTS' 상표출원을 거절결정을 하였습니다.
신세계는 특허청의 거절결정에 불복하며 'BTS는 영문 이니셜일 뿐이며, BTS의 저명성 판단은 신세계의 상표권 출원 당시인 2017년 4월 기준으로 해야한다'라는 이유로 다툼을 지속하였습니다.
상표법 법리적으로는 다소 다툼의 여지도 있었지만, 분쟁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신세계측이 'BTS' 상표에 대한 상표출원을 포기하며 최종적인 법적 판단 없이 분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BTS' 상표권 분쟁에서 신세계측의 권리 포기로 분쟁이 마무리 되었고, 이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의류업에 대해 'BTS' 상표출원을 다시 진행하여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표법은 상표를 사용하는 '상표권자'의 입장도 고려하지만, 상품을 구매하는 '수요자'의 입장도 고려하여 수요자의 혼동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상표권 분쟁도 '수요자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과, BTS 활동 영역인 '가수공연업' 등과 '의류업'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특허청은 방탄소년단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그룹 BTS의 활동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