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퇴사 후 삼성전자 상대로 소송건 前임원, 특허괴물이란?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삼성전자의 특허 부문을 10여 년간 총괄하던 前 임원이 퇴사 후 1년 만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특허괴물(Patent Troll)'로부터 특허 소송을 막아내고 있는 삼성이지만, 삼성 출신의 전직 임원이 친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생소하기만 한 특허괴물이 무엇인지, 왜 이번 특허소송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은 특허권을 이용하여 수익을 올리는 특허전문회사를 지칭합니다. 1998년 인텔의 소송 과정에서 사용되며 재조명되었습니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ies)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특허 소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기업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특허괴물에게 지난 2016년 VPN 기술 침해를 이유로 7천500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내 소송 제기 건수는 707건이었으며, 그중에서 530건이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이었습니다.
특히, 특허괴물이 보유한 특허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반도체 제조 기술과 관련된 것으로서, 삼성전자가 주요한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특허출원 수 1위가 삼성전자임에도 불구하고 특허 포트폴리오의 빈틈을 파고드는 특허괴물의 공세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애플, 삼성전자, 테슬라, LG전자 등과 같은 제조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권(Patent)을 획득합니다.
경쟁자가 내 제품을 모방하는 경우에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여 기술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권자는 상대방의 제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시장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괴물(Patent Troll)'은 자신들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판매를 수행하지 않고, 특허소송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위협적입니다.
지난 2011년 애플과 삼성의 소송처럼, 하나의 스마트폰에는 삼성전자의 특허를 사용한 기술과 애플의 특허를 사용한 기술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들의 분쟁에서는 상대방의 기술을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크로스라이선스(Cross-License) 계약을 맺어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괴물'들은 자신들이 제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제조기업들에게 일방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배상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잃을 것 없는 꽃놀이패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소송하기 좋은 특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고, 특허 소송을 전 세계에서 진행하며 합의금이나 손해배상금을 받아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허괴물'로 지칭되는 특허관리기업(NPE)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괴물(Troll)이라는 용어에 담긴 것처럼 기술의 혁신과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허제도를 악용하고 남용하는 기업으로 특허관리기업(NPE)를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기업들이 특허괴물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며 막대한 비용을 소송에 사용하게 되고, 불필요한 사회적인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며, 기업의 생존과 혁신을 방해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특허괴물은 오직 수익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열심히 시장을 개척하고 상품을 만들어 내는 선량한 기업들을 괴롭히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허관리기업(NPE)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은 시장경제에서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수익활동을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입니다.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하여 대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던 개인 발명자나 중소기업이 특허관리기업(NPE)을 통해 기술 모방이나 특허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가집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 개발한 기술을 특허관리기업(NPE)이 적극적으로 매입하면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역할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특허 부문을 총괄하였던 전직 임원은 2021년 특허관리 기업(NPE)을 설립하였고, 같은 해 11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갤럭시 S20 시리즈 및 갤럭시 버즈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대해 특허권 침해가 인정된다면 최소 수백억 원 배상금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누구보다 삼성의 기술과 소송 전략을 잘 아는 내부자였던 직원을 상대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이제 막 소송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20여만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구글이나 퀄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기술 보호를 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지식재산(IP) 관리 팀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전직 임원이 무기로 사용한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반격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별개로, 수십 년간 삼성전자의 특허 전략의 핵심을 담당했던 내부자인 만큼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와 신의성칠 위반의 문제도 함께 문제가 될 소지가 높습니다.
꽃놀이패를 가진 특허괴물의 입장에서는 이번 특허분쟁의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