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LG-LX 상표권 분쟁,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연일 뉴스에서 다뤄지고 있는 'LX 홀딩스'와 'LX 국토정보공사'가 다투고 있는 상표권 분쟁에 대해 살펴보고, 관련 이슈를 조금 더 쉽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LG 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재정비하며, 지난 2021년 3월 구본준 고문은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의 4개의 회사를 분할하여 신설 지주회사 LX 홀딩스를 설립하였습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난 2012년부터 영문약칭 "LX"를 사용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LX 홀딩스의 상표 사용으로 인해 기존에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사용한 영문약칭 "LX"의 브랜드 이미지와 혼선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 상표출원 이력, 향후 LX 홀딩스가 상표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를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토정보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서, 국토(Land)와 장소(Location)의 약자인 "L"과 전문가(Expert)와 탐험가(Explorer)의 약자인 "X"를 결합한 "LX"라는 영문 명칭을 기업 이미지(CI)로 정하여 10년간 사용하였습니다.
2012년 "LX 대한지적공사"라는 표장에 대해 "지리정보제공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출원을 하였고, 현재까지도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토정보공사는 "LX 대한지적공사"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이유는 상표법상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토정보공사는 현재 "LX" 영문명칭에 대해서는 상표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이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의 효력도 "도시계획업, 지리정보제공업 등"의 상품(서비스)에만 인정되는 점에서 상표법적 대응을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국토정보공사는 영문명칭 "LX"와 국문명칭 "대한지적공사"가 결합된 "LX 대한지적공사"에 대해서만 상표출원을 하였고, 영문명칭 "LX"에는 상표출원을 하지 않은 상태로 10년동안 유지되어 왔습니다.
최근 LG 그룹의 신설지주사 소식이 알려진 이후인 2021년 3월 9일에서야 영문명칭 "LX"에 대해 새롭게 상표출원을 하였지만, 선출원주의를 따르는 상표법 체계에서 다소 불리한 국면에 있습니다.
"LX" 상표출원을 미리하여 자신의 상표를 다각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상표법은 '동일한 상표'이더라도 '상품과 서비스'에 따라 서로 다른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토정보공사가 획득한 상표권들을 살펴보면, '도시계획업, 지리정보제공업 등'의 국토정보공사가 수행하는 사업과 관련된 영역에만 권리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따라서, LX 홀딩스가 추후 국토정보공사가 등록받은 상품(서비스) 이외의 영역에서 "LX"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법상에서 침해를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상표법 제107조, 제109조)
이렇게 자신의 상표권을 근거로 "LX" 상표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면, "LX"의 상표 등록을 저지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입니다. (상표법 제34조제1항제9호, 제12호, 제13호 등 주장)
LX홀딩스(주식회사 엘지)는 "L LX" 등의 상표에 대해 2021년 3월 2일 상표출원을 하였습니다.
상표법은 '상표'와 '상품(서비스)'에 따라 서로 다른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상표 측면에서 양 상표가 유사한지, 상품(서비스) 측면에서 양 상품이 유사한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LX홀딩스가 출원한 상표를 살펴보면, 영문명칭 "LX" 앞에 도형을 결합한 상표를 출원하였습니다.
상표법에서 상표의 유사 판단은 외관, 칭호, 관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요자가 두 상표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LX" 자체만으로 출원하는 경우 간단하고 흔한 표장(상표법 제33조제1항제6호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거절이유를 방지하기 위해 도형을 결합하여 상표 출원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LX홀딩스가 출원한 상표도 도형과 "LX"이 결합된 전체로서 식별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상표와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토정보공사가 수행하는 사업과 관련성이 적은 상품(서비스)에 대해서는 LX홀딩스의 상표 등록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가정용 세탁기, 인테리어업, 반도체 소매업 등과 같이 관련성이 떨어지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혼동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상표법은 상품별로 서로 다른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LX" 영문명칭과 유사한 루이비통의 로고나 다른 출원인의 상표도 서로 다른 상품에 대해서는 지갑, 핸드백, 펌프 등으로 상표를 등록받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10년간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도 상당할 것이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떤 제품(서비스)까지 "LX"를 떠올릴 수 있을지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도시계획업, 지리정보제공업 등'의 국토정보공사가 수행하는 사업과 관련된 영역 이외에, 유관 분야인 출판물 관련 업종 또는 정보화 사업 등 관련 업종까지 소비자의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거나 식별력이 구비되는지에 따라 분쟁의 양상이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가 가지는 브랜드 이미지는 강력하므로 향후 사업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상품(서비스)의 영역이 중첩될 수 있고, 수요자가 "LX" 명칭을 어떻게 인식할지에 따라서 상표 등록여부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번 상표권 분쟁을 통해 브랜드 로고에 대해 상표출원을 하는 경우 현재 진행중인 사업 영역과 향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 영역 모두에 대해 상표출원을 하여야 할 필요성이 다시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국토정보공사와 LX홀딩스는 각자의 상표에 대해서 권리를 인정받고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일한 영문명칭 사용에 따른 소비자들의 오인과 혼동 가능성도 병존하고 있으므로 세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상호간의 사업 영역을 구분하거나 브랜드 로고를 수정하는 등 다양한 타협점도 존재하므로, 양 당사자가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