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지대의 힘, 빠른 특허등록은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회색지대의 힘, 빠른 특허등록은 독이 든 성배일 수도 - 등록특허의 함정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특허만큼은 등록 시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흑과 백이 아닌 애매한 중간지대를 말하는 '회색지대(Grey Area)'와 같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특허출원을 한 경우 하루라도 빨리 특허를 등록받고 싶은 것이 대부분의 발명자들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특허를 빨리 획득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을 간과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의 특허출원 전략에서 반드시 알아야하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 특허가 등록된 경우 권리의 내용이 확정됩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다양한 권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앞에서 바라볼 때와 옆에서 바라볼 때 인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하나의 기술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 중에서 출시한 제품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장면을 선택하여 특허를 획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특허를 등록하게 되면 권리의 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게 됩니다.
등록특허를 활용해 신속하게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시장상황의 변화에 대응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처음 구상한 아이디어가 프로토타입(Prototype)과 다른 경우도 많고, 실제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잦은 방향전환(Pivoting)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허권을 획득한 이후에 시장상황이 변하더라도 더이상 권리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입니다.
만약, 경쟁사가 내 기술과 아이디어를 모방하거나 살짝 변형한 경우에도 경쟁사의 시장진입 시도에 적절하게 대응하여야 합니다.
특허권의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등록을 지연시키는 것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특허전략입니다.
2. 등록특허가 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특허출원에서 등록까지 일반적으로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러다보니 "변리사님, 주변에서 들었는데 우선심사제도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구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우선심사를 진행하게 되면 심사기간을 6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어 빠른 등록을 원하는 고객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빨리 등록된 내 특허로 인해 새로운 특허출원이 거절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등록특허는 등록공보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특허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이후에 외부에 공개가 되게 됩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1년 6개월 동안 연구개발을 지속하여 개량된 기술에 대해서도 새롭게 특허를 받으며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갈 수 있지만, 먼저 등록된 내 특허에 의해 이러한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특허 획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특허를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할지까지 고민하여 기술을 체계적으로 보호받는 것이 이상적인 특허전략입니다.
3. 목적에 따른 특허 등록 시점 조절
등록특허를 활용하여 IP 대출이나 투자를 받거나,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권리가 확정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등록특허를 빠르게 획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위와 같은 특수한 목적이 아니라면, 시장상황과 기업 내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획득할 권리를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특허출원한 제품의 시장성이 사라진다면 특허출원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특허등록을 지연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특허청에 심사청구를 늦게 하는 것입니다. 특허심사는 출원인의 심사청구가 있는 경우에만 심사를 진행하고, 최대 3년간 심사청구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목적에 따라 등록 시점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빨리 획득한 등록특허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허 등록 시점을 조절하여 시장의 변화에 보다 유연한 대처를 할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확보해 두시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