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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Feb 13. 2021

내가 화장품 스타트업(Start-up)을 준비한 이유

[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출처: pixabay


내가 화장품 스타트업(Start-up)을 준비한 이유 - 실패의 경험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오늘은 학부 시절 마스크팩 화장품 스타트업(Start-up)을 준비했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젊음의 열정으로 무작정 시작했던 저에게는 다소 아쉽기도한 실패의 경험이지만, 스타트업의 준비 과정을 공유하여 누군가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정리해보았습니다.


실제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발자취이지만, 업계에 발을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사업 계획과는 다른 예상치 못했던 현실의 경험들이었습니다.




1. 화학공학도의 공학적 접근 - 가격이 싸면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


모교에서 "코스메틱개론"이라는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전공자들이 화장품의 제형 등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화장품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개설된 수업입니다.


정샘물 대표님으로부터 생생한 현장경험을 듣기도 하고, LG 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원님들까지 화장품의 제조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킨, 로션과 같은 실생활에 사용되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업계의 전문가분들을 초청하여 실제 현업에서 바라보는 시각들을 전달 받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으로 기억됩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여타 제조업에 비해 월등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7년 싸드 갈등 이전까지는 높은 시장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에서는 주문자가 제품의 모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였지만, 최근에는 주문자 개발 생산 방식(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으로 변화하며 주문자가 모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화장품 레시피를 보유, 제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산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ODM 업체의 대표 주자인 한국콜마, 코스맥스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해외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 '입생로랑', '로레알' 등의 대부분의 제조 물량을 소화할 정도로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화장품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질 수록 제가 가졌던 생각은 '현재 화장품의 원가 비중은 약 10~20% 내외인데, 고품질의 화장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화학공학 지식을 활용하고, 국내 ODM 업체와 협업한다면 '저비용 고품질' 화장품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겠다라는 점이 화장품 스타트업을 구상한 첫 시발점이었습니다.



2. 화장품 산업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 화장품 산업은 마케팅의 꽃


에릭 리스가 제안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는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의 수립과 검증 과정을 '시장에 대한 가정' -> '가설 검증' -> '피드백'의 순환 구조로 구분하여 스타트업의 최적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가격과 품질'만을 강조하였던 초기 화장품 사업 아이디어는 1차 검증과정에서 산산조각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미샤(Missha)'가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화장품"이라는 모토로 제품을 3300원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얻었지만, 여러 설문조사와 화장품 사용자의 실제 후기들을 종합하면 최근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 이외에도 제품의 효능, 안정성 등을 두루 참조하며 제품을 구매한다는 점에서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본격적으로 화장품 산업을 공부하기 시작하며, 2030 소비자들은 화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화장품의 성분까지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시장 특징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화학공학을 전공한 전공자가 훨씬 더 성분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원가구조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므로 이러한 틈새를 파고드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하게 됩니다.


또한, 최근 산업 트렌드인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마스크팩에 접목하여, 부위별 성분을 다르게하여 서로 다른 효능을 줄 수 있고, 필요한 분량만큼 주문제작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였습니다.


모교에서 '스타트업 창업실전' 강좌를 운영하신 비즈니케이션 김성일 대표님의 소개로 실제 유어핏바이훔(Yourfitbywhom)의 신미저 대표님을 만나게 된 것도 이러한 Pivoting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실제 화장품 사업의 특성상 마케팅이라는 요소는 제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사용자의 제품 사용 과정에서의 효용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화장품 industry의 큰 특징임을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커스터마이징 마스크팩 사업 준비당시 구상한 어플리케이션 UX/UI



3. 스타트업의 한계를 맛보다 - 자금력과 인력의 부족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는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시장에 출시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시장에 대한 사업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ODM 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커스터마이징 마스크팩에 들어가는 제형의 종류와 수에 따라서 제품의 단가가 증가하게 되고, 지속적인 거래가 발생하기 전에는 최소주문수량(MOQ: Minimum Order Quantity)을 요구하게 됩니다.


준비하였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타 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는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피지제거, 주름개선, 미백, 모공축소, 보습, 여드름진정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는 마스크팩의 종류와 용량을 개별 기호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지만, 이러한 핵심 요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입 자본이 증가하게 되므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초기 사업준비 과정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마스크팩의 종류와 용량을 일률적으로 규정한다면 제품의 제조 단가는 줄어들지만, 기존의 제품과의 차별성은 현저하게 감소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팀이 고민하던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을 맞닥드리며 팀의 열정도 함께 식어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취업과 창업의 선택의 기로에서 학부생이었던 팀원들은 대부분 취업의 길로 접어들게 되며, 다소 아쉬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적 기반 없이 아이디어를 통해 마케팅 기반의 시장에 뛰어든 만큼, 수천만원에 상당하는 MOQ 비용을 지출하고 팀원들의 미래를 담보잡을 정도로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된 것도 하나의 요소라고 회상합니다.


커스터마이징 마스크팩 사업 비즈니스 모델




학부시절 막연한 아이디어로 창업 붐에 뛰어들고자 했던 창업준비 경험은 '초기 비즈니스 모델 수립의 중요성'과 '창업을 위한 사전 준비과정의 중요성'을 깨닫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특허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세밀한 스타트업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함께 고생했던 팀원들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각자의 자리에서 건승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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