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의 경고
가게를 넘겨받는 분과 함께 마지막 영업을 한 다음 날 오전, 시청에서 만났다. 나는 폐업, 그분은 새롭게 사업자등록을 하고 동시에 영업권 양도양수를 한 번에 진행하기 위해서다. 시청 다음은 근처에 있는 세무서까지. 각자해도 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편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내가 할 일은 보다 간단했다. 다시 카페로 돌아와 마지막 짐을 정리한 후 열쇠를 넘겼다. 마지막 날은 그렇게 아주 가볍게 끝이 났다.
매일 아침, 아이를 재촉하여 이른 등교를 시킨 후 종종걸음으로 카페로 향했었다. 영업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기 때문에 늦을 수 없었다. 매장에서는 손님이 없어도 곳곳을 닦거나,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했다. 궁금한 재료를 사고 조합해 보고 맛을 수 없이 보았다. 앉아있는 경우는 없었다. 오후 4시경, 아이의 모든 스케줄이 끝날 때쯤 퇴근했는데 아이는 또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날씨가 조금 덥거나 쌀쌀해도 놀이터에서 같이 괴물놀이를 했다.
덕분에 애플워치는 늘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며 좋아했다. 많이 걷는 날은 만 팔천 보, 주말에는 일하지 않았지만 2025년 평균 걸음 수가 만 사천 보나 되었다.
가게를 끝낸 후 애플워치는 더 바빠졌다. ‘일어서세요! 걸음 수가 적어졌어요!’ 지난 7주 동안 하루에 기록한 걸음 수가 줄었다고 한다. 정확하다! 폐업 이 후다.
소음에 있어서도 데이터가 달라졌다. 카페에 손님이 가득 차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때에는 알람이 울렸다. 지금 이대로 소음에 계속 노출된다면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하지만 올해의 주변 소리 레벨은 ‘적정’을 유지하고 있고, 작년에 비해 평균 10데시벨 낮아졌다고 한다.
휴식기 심박수도 작년에 비해 낮아졌다. 작년만 쳐도 평균 70 후반대의 BPM이었다면 올해는 60대로 낮아졌다고 한다. 덜 움직이고, 덜 두근대고, 고요하게 지내는 것을 무섭게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나의 애플워치는.
카페를 정리한 후 몸이 갑자기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배가 아파 며칠 동안 설사를 하거나, 갑자기 발이 아파 걷지도 못했다. 이런저런 병원을 방문해도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갑자기 생긴 생활패턴의 큰 변화 때문인지, 풀어져버린 긴장 때문인지 모르겠다. 건강은 자랑하는 것 아니라고 하지만, 아파서 가게를 쉰 적이 없던 지난 시절을 생각해 본다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최근 나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몸의 변화는 배가 조금 더 두툼해졌다는 것, 피부가 좋아진 것과 팔꿈치가 덜 아프다는 것이다.
매장에 있을 때에는 점심을 걸렀다. 그러니 거의 3년 간 평일 점심은 건너뛴 것이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고, 야식을 가끔 먹기도 했다. 요즘에는 점심을 잘 챙겨 먹으니 몸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잘 먹어서 그런지 걱정거리가 없어져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졌다. 카페를 한 첫해 여름에는 갑자기 얼굴에 여드름이 수도 없이 나 정말 힘들었다. 평생 여드름 없던 얼굴이었는데 당시에는 손님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수많은 화장품을 거치고서인지 더위가 가셔서 인지 여드름은 가라앉았지만 영 깨끗한 얼굴로 돌아가지는 않았는데, 요즘에는 화장이 아주 매끄럽게 잘 될 정도이다.
커피를 내리는 행위, 머신에서 포터필터를 장착하고 끼우는 행동과 브루잉 할 때 물을 붓는 팔 동작이 유사하다. 팔을 접어 과하게 오른쪽으로 꺾는 것인데, 바리스타들이 가지는 고질병인 테니스엘보를 유발한다. 요즘에는 덜하니 살만하다.
이제는 다시 나를 정비할 시간이다. 부족한 움직임은 운동으로 채워야 하고 먹는 것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돈한다.
그래야 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