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같은 동작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아침이나 오후에 잡아 둔 세팅을 확인하고서 동일한 그램 수의 원두를 담는다. 바스켓 위에 도넛 모양의 도징링을 얹는다. 자석이라 착 하고 달라붙는데 다음 동작을 할 때 원두가 넘치지 않는다. 이제 뾰족한 침칠봉으로 뭉쳐있는 원두 가루를 살살 풀어준 후, 디스트리뷰터라는 기구로 바스켓 윗면을 평편하게 정리한다. 디스트리뷰터는 바스켓에 얹히는데 5바퀴 이상 돌리도록 한다. 살짝살짝 해서 90도나 180도씩 돌리는 게 아니고, 360도씩 5바퀴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탬핑. 보통 도장처럼 생겨서 포터필터의 바스켓에 담긴 원두를 눌러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어느 정도의 힘을 주느냐 그리고 그 각도를 딱 90도의 힘으로 누르느냐에 따라서 원두의 밀도와 추출 시의 고른 압력을 결정한다. 너무 약하게 힘을 준다면 당연히 추출이 빠를 것이고, 너무 세게 준다면 에스프레소가 천천히 추출될 것이다. 그 힘의 정도를 원하는 맛, 원하는 초의 추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 균등한 힘으로 탬핑하지 않고 기울어지게 누른다면 채널링이 발생한다. 커피는 추출을 시작하게 되면 신맛-단맛-쓴맛의 차례로 나오게 된다. 맛있는 맛은 단맛까지 딱 추출하고 끝내는 것인데, 채널링이 발생하면 낮은 밀도로 먼저 추출이 일어난 그 부분은 부정적인 쓴맛까지 추출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에스프레소 표면의 아름다운 타이거 스킨을 볼 수도, 또한 쫀쫀하게 맛있는 맛을 얻기도 힘들다.
만약 포터필터를 투 스파웃이 아닌, 바텀리스로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채널링의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 마치 물총을 쏘듯이 물이 여기저기 새어 나온다. 부끄러운 순간.
그래서 탬핑머신을 준비했다. 균일한 힘으로 평편하게 탬핑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이 동작을 숙지하게 한다. 중간에 포터필터를 탁탁 치는 행위도 금지이다. 이런 훈련 속에서도 손님들은 커피 맛이 다르다고 한다. 따뜻한 라떼의 경우 스팀우유라는 엄청난 큰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메리카노나 아이스라떼는 여기에서 저울로 잰 물이나 우유에 그저 에스프레소를 붓기만 하는데도 다르다고 한다.
대놓고 너보다 누가 한 것이 맛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제일 맛있게 해주는 직원에게만 살짝 네가 하는 커피가 맛있다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하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우리는 운영하는 중간중간 서로 입맛을 맞추기 위한 칼리브레이션을 하고 서로의 커피를 맛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 신기한 따름이었다. 그래서 기분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사장이니까 커피를 더 맛있고 정성스럽게 내리겠지!
에스프레소 메뉴에 비해 브루잉은 조금 더 자유롭게 추출했다. 물론, 원두의 그람 수, 그라인더의 눈금 그러니까 분쇄도, 물을 어느 시점에 얼마나 부을 것인지, 몇 분 정도에 마무리되는지 등은 각 원두마다 정해진 레시피 대로이다. 하지만 얼마나 더 천천히 부을 것인지, 또 어떤 높이에서인지 등은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았다.
브루잉은 조금 더 손맛의 영역이라 생각했고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조금은 존중하자는 생각에 약간의 자율성을 주었다. 역시나 브루잉에서도 호불호가 있었다. 내가 내리는 커피는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한 맛, 밝고 귀여운 친구가 조금 더 높은 낙차를 이용해 내리는 것은 아이스 브루잉이 조금 더 진하다는 평가다. 밖에서 얼핏 안을 들여다 보고 본인이 원하는 바리스타가 있으면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도 많았다.
우유 스팀은 정말 어렵다. 부드럽고 쫀쫀한 스팀을 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이 연습했는데, 그 우유를 에스프레소에 붓는 순간, 그리고 라떼아트를 그리는 짧은 찰나가 맛을 결정한다. 나보다 조금 더 두텁게 스팀을 만드는 직원의 라떼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고, 나의 부드럽고 차분한 라떼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다. 푸어링 과정에서의 어떤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다크한 라떼를 만드는 친구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을 선호했지만, 몇몇 아주머니들은 다크한 맛의 진한 라떼를 좋아하기도 했다. 신기한 점은 미숫가루 조차도 맛이 다르다고 한다는 점! 내가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가?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바쁜 커피를 내리는 그 순간. 에스프레소는 20초에서 30초 초중반, 그리고 브루잉은 2분에서 3분 내외이다. 이 길지 않은 순간에 하는 바리스타의 수많은 행위가 맛에 영향을 미치고 또 손님들에게 전달된다니 얼마나 긴장되고 밀도 높은 순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