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우리들은 혼자만의 게임을 시작한다. 어떤 메뉴를 선택할 것인가? 가게를 운영하고서 조금 시간이 흐르자 어떤 메뉴를 고를 것인지에 대한 감이 온다. 우리 가게에서 만의 통계일지는 모르겠으나 디저트까지 주문하실 것인가 커피만 드실 것인가도. 가끔 나의 게임이 처절하게 패배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에는 또 그 나름대로의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보통의 50대 이후의 남성분들은 거의 대부분 고소한 원두로 내린 따뜻한 아메리카노이다. 아주 한여름이라면 아이스를 찾기도 하지만, 정말 거의 대부분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이다.
20대 초반 남성분들은 고소한 원두 -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이건 30대까지도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대 후반에 접어들고 남성분들이 본인만의 취향을 찾기 시작하면서는 산미 있는 원두, 브루잉 등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아마 이분들이 50대가 되는 시점이 오면 우리의 커피 시장도 엄청나게 다양화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러니까 모든 연령의 남성 분들 중에서 라떼를 선택하는 경우는 조금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여성분들은 라떼를 엄청 좋아한다. 우유와의 조화로움을 중시해서 라떼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주로 여성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의 여성분들은 아이스라떼를 좋아한다. 고소한 원두, 산미 있는 원두 모두 아이스라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라떼까지 넘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젊은 여성분들의 대선호는 아이스 라떼. 또는 말차가 대유행인 시점에는 말차라떼나 말차에 에스프레소를 넣은 음료까지도 좋아한다. 여기에 밀크티까지. 그러니 밀크베이스를 아주 좋아하는 것을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30대에서 40대 여성분들은 따뜻한 라떼! 라떼 맛집에 있는 대부분의 손님들도 이 고객층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점차 소화능력이 낮아지는 시점이 오면 “라떼를 정말 마시고 싶지만 배가 아플까 봐 아메리카노를 시켜요.”라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따뜻한 라떼에서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넘어가는 것. 60대에서 70대 여성분들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원두는 고소한 것 위주인데 디카페인도 많이 주문하신다. 혹은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티도 좋아하시고.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나만의 데이터를 쌓은 후 손님을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메뉴 고르시면 말씀 주세요!”
그럴 때 마음속으로 손님을 관찰하며 생각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테이크 아웃이다!’
그러나,
“따뜻한 라떼 한잔에 레몬 파운드 주세요. 야외 테이블에서 먹고 갈게요.”
꽝!
커피만 드시는 분들은 대부분 마음속으로 메뉴 결정을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메뉴판은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디저트나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분들은 약간 가게에 들어서면서 어떤 메뉴들이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쇼케이스 쪽을 두리번거리고, 메뉴판을 자세히 보는 편.
주문 즉시 만들어지는 메뉴인데 이미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상세히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어떤 재료들이 어떠한 맛을 풍기는지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신나게 가질 수 있다.
맞추든 아니든 잠깐의 기다림 속에 가지는 혼자만의 재미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