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자리가 중요하다. 엄청나게 공들인 인테리어, 멋진 전경이 있다거나 특별한 킥 메뉴가 있지 않은 이상에서야 자리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단 카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시작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이다.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차가 무서웠고, 횡단보도도 잘 건너지 못해서 운전면허도 아주아주 늦게 땄다. 아이 어릴 때 어린이집에 몇 번 데려다주기도 했지만, 그 마저도 연수받은 차와 작별한 후에는 운전에 아주 손을 놓았다. 그러니 아이를 케어하며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집 근처가 필수였다. 그래도 조금의 여지를 두어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을 가장 넓은 반경으로 설정했다.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도 쉽게 달려갈 수 있는 거리.
그 반경 안에 위치한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나에게 스페셜티의 맛을 처음 선보여준 곳. 몇 가지 메뉴를 이어 주문하면서 어떤 사람들이, 어느 시간대에, 어떤 성별이 주로 방문하는지를 몇 시간 동안 앉아 기록했다. 직장인 점심 러쉬가 생각보다 컸다. 그 근방의 몇 군데 카페를 다른 요일에 방문했다. 사실 좀 지루하고 괴로웠다. 원래 음료를 엄청 빠르게 마시는 편이기 때문에 한잔 주문하고서 30분 정도 버티는 것도 힘들었다. 눈치 보지 않고 조금 더 버텨보려 디저트나 다른 음료를 계속 추가하니 화장실만 들락날락.
계속해서 사람이 많은 또 다른 동네로 갔다. 구시가지, 시장 안, 참 많은 카페를 다녔다. 카페에서의 관찰이 끝나면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어느 길로 많이 다니고,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동네 분위기를 보기 위해서다. 상가나 창업 관련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지도를 수 없이 들여다보기도 했다.
내가 카페를 운영할 때에도 내가 했던 것처럼 이 카페는 어떤가 또 주변 상권을 보러 오는 분들이 있었다. 무언가 다른 느낌. 그 느낌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는데, 틀린 경우에는 주변에서 카페나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사장님일 때이다. 그래서 매장 안을 유심히 살피고 일하는 직원들과 사장인 나를 관찰했던 것이다. 그런 분들과는 가게 운영의 어려움이라는 유대감으로 결국 친해져 속을 터놓기도 했다.
카페를 준비하기 위해 오는 분들은 속닥속닥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메뉴, 장비와 동선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트레이나 컵 등도 유심히 살핀다. 또 들어오는 손님을 아주 자세히 본다. 내가 했던 그대로!
‘궁금한 건 물어보셔도 되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는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자리,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임대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서울보다도 신도시일수록 임대료는 상상이상. 주변에 공실도 많은데 이렇게나 비싸다고??? 새 건물이라 깨끗하고 냉난방, 수도도 잘 갖추어진 곳, 주차도 편하고 화장실도 쾌적하지만, 그 대가로 비싼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야 한다.
여러 곳을 둘러보다 이제 집에서 반경 1KM 이내로 좁혔다. 그다지 좋은 상권, 적당한 매물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에는 차라리 집에서 보다 가까운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근처이니 어떤 곳이 좋은지 더 잘 알고 있다 생각하기도 했고.
그러다 두 아파트 사이의 가로수 길에 있는 상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이 참 예뻤는데 길게 늘어선 상가는 아주 텅 비어있었다. 부동산에 물어보니 분양이 되지 않아 주인 없는 상가인데, 2년 계약을 하면 건설사에서 렌트프리를 6개월 준다고 했다. 더더군다나 임대료가 주변보다 훨씬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다!’ 남편은 비어있는 상가를 모두 알아보기 시작했다. 앞에 데크가 있어 야외 테이블을 놓기 좋은 쪽 상가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날씨가 좋을 때 얼마나 멋질지 상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 건설사는 2년 동안은 임대료 50%, 이후는 100%로 다시 올린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 건너편 상가를 다시 알아보았다. 임대료는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100%로 올리겠다는 그런 계약 조건은 없었고, 데크는 없었지만 화장실이 꽤나 쾌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상가가 거의 대부분 비어있었기 때문에 옆에 어떤 가게가 들어올지는 모르는 상황. 남편은
“우리 가게 양 옆으로 고깃집이 들어온다고 생각해봐. 그럼 커피 냄새가 풍기지도 못할거야! 조용하게 내건 간판도 더욱 눈에 띄지 못할걸.“
우리가 절대 드러나지 못할 것 같은 상황, 번쩍번쩍하는 다른 간판에 가리게 될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길 끝. 그러나 어찌 보면 체육센터 바로 건너편 자리를 계약하기에 이른다. 나는 계약하는 그날까지도
‘이게 맞나? 해도 되나? 될까?’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래 무엇이라도 해야 무엇이 되지 않을까 라는 작은 용기를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자리가 중요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뾰족한 나만의 콘셉트. 그리고 가득 찬 맛이 있다면 오피스나 번화가가 아니라도 요즘에는 어찌어찌 알고 다들 찾아온다. 상권에 맞는 카페로 맞추기보다는, 내가 어떤 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제공할 것인가? 이것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게가 오픈하면 처음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하겠지만 결국에는 우리의 분위기, 제공하는 커피의 질에 맞추어 손님들이 마지막에는 결정된다고 본다. 사장은 자신의 중심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운영한 카페의 콘셉트는 남편의 조언과 경험이 주된 뼈대를 이루었다. 내가 가진 중심은 맛과 청결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