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계약한 상가, 그리고 건너편 상가에 카페는 없었다. 사실 거의 들어와 있는 가게가 거의 없었다. 상가는 평행으로 가로수 길을 가운데에 놓고 마주보고 있었다. 길은 아름다웠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 이 곳이 다 카페로 들어차도 카페거리로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같은 곳만 가는 사람은 드물 테니 여러 개가 있다면 돌아가며 다니다 일주일에 한번쯤 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매장의 컨셉을 남편의 지인분과 함께 상의했다. 우리가 원하는 바의 크기, 이미지 등 공간에 대해서 원하는 것을 기록하고 비슷한 컨셉의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계약한 후에 이런 작업이 이루어졌고, 급하지 않게 하자는 남편과 나의 생각이 일치했던 터라 조바심 느끼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갔다. 끝없는 회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다음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쓰겠지만 공간에 대한 구상과 수정에만 두어 달이 걸렸다.
그 후, 공사를 시작했지만 다른 곳들처럼 한달만에 뚝딱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용은 절감할 수 있었지만 꼼꼼하고 잘 해주시는 분을 찾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은 꽤 길었다. 이렇게 우리는 준비만으로 렌트프리 6개월을 다 썼다.
계약 후 한달 뒤, 우리 옆옆 상가에 카페가 들어왔다. 소금빵과 스페셜티를 주력으로 하는 곳. 공간도 성수동 어디에 온 것처럼 멋지고 샤프했다.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고, 나도 한 번 가서 먹어보았다. 맛도 좋았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먼저 생긴 곳만 가면 어쩌지? 단골을 다 만든 후에나 우리는 오픈할 것 같은데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또 얼마 후에 같은 쪽 상가에 케이크와 커피, 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들어섰다. 프랑스 어디에 온 기분. 사람들 눈에 띄는 자리라서 그 곳도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또 같은 상가이지만 위치는 좀 먼 곳에 로스터리 카페가 생겼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꽤나 힙하게 해놓았고 드립과 라떼가 맛있다는 곳.
공사가 끝난 후, 귀여운 친구와 함께 한달 정도 레시피를 잡고 연습도 하고 그랬으니, 이렇게 더디도 더딘 오픈이 어디있을까? 우리의 공사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해졌지만, 사람들은 그 사이 새로운 카페를 즐겁게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 오픈 후에도 건너편에도 아니 방방곡곡에 계속해서 카페가 들어섰다. 어디는 무엇이 특징이고 공간은 어떻고 사람들은 신나게 탐방했다. 그러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 몇 곳에 정착하겠지만, 새로운 곳이 생기면 일단은 도전해본다. 일단 가보고 나서 그 곳은 어떤 곳이고, 사장님은 어떤 분이더라 하고 나에게도 많은 손님들이 전해주기도 했다. 가게 안에서도 많은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카페가 생겨났을 때, 사람들이 다른 카페에만 빼곡히 앉아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럴 때마다 사실 심장은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한탄하지 않고, 닦고 쓸었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를 계속 만들고 주문한 재료를 맛보았다. 내려앉은 심장을 다독이기 위해 다른 카페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내 몸을 더 움직이는 방법을 썼던 것 같다.
요즘에는 카페에서 공부나 노트북 작업도 많이 한다.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많다. 결혼 전에는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 밥 먹고, 카페를 찾았지만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일이 요즘 없던 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카페 문화가 참 신기했다. 사람들은 이제 정말로 카페를 필요로 했다. 그 필요만큼 카페는 새롭게 생겨나고 또 생겨났다. 카페를 시작하는 것이 다른 식당 등의 가게보다도 멋져 보이고 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라 더욱 많이 생겨났는 지도 모르겠다.
무인 카페도 건물마다 생겨났고, 조금만 나서면 대형카페도 정말 많이 생겨났다. 음식은 그 메뉴를 택하기까지 동행자와의 많은 의사결정을 거치지만 카페는 쉽다. '자 이제 커피 마시자, 카페로!' 어디이든지 크게 관계는 없다.
지나가다 둘러보면 카페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카페는 몰리는 시간대가 있다. 그때 딱 그 가게를 본다면 장사가 잘되는구나 판단하기 쉽다. 내가 다른 카페를 보았을 때도 바로 그 하루에 한번, 사람이 몰린 그때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 매출, 또 내 생계와 연관된 그 무겁고 무서운 일이, 쉬운 선택으로 인해 좌지우지된다.
내가 폐업을 하고 나서도 많은 카페가 새로이 생겨났다.
또 카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