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정리한 이후, 빵을 납품받던 동네 빵 맛집에서 함께 파트로 일하게 되었다. 집에서 더 가깝고, 아이를 돌보며 일하기에는 최적의 시간이라 좋았다. 빵집의 두 분과도 입맛, 성격 등이 맞아 가능한 일이었다.
폐업 후 한 달 뒤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카페의 단골손님들이 한 분, 두 분씩 찾아오셨다. 원래도 이 빵집을 좋아하던 분들이 우연히 오기도 했지만, 나를 보러 일부러 오는 손님도 많았다. 여기에는 테이블도 없고, 나는 이곳의 주인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데 그냥 오시는 거였다. 나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런 따뜻함을 매일 받고 있다.
반가운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는 먼저 화들짝 놀란다. 원래도 잘 놀라는 편인데, 그냥 놀라는 것이 아니라 '으악' 소리를 내며 놀란다. "헉! 놀라서 죄송합니다..." 그러고선 서로 안부를 묻고, 어색하게 주문을 받는다. 이 빵집도 모든 메뉴가 다 맛있어서 신나게 추천하고 있지만, 또 내 가게가 아니다 보니 어디까지 서비스를 드릴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또 이전에 하던 커피와는 또 다른 맛이면 어쩌나 자신감 없기도 했다.
그래서 모든 메뉴를 매일 조금씩 맛보며 농도나 비율을 함께 맞추어 갔다. 샌드위치, 음료도 나의 의견이 들어가거나 새롭게 만들어 보고 사장님께 수락을 받아 출시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그런 시간이 쌓인 후, 운영하던 카페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 나의 근황을 알렸다. 인스타 DM으로 어떻게 지내는지, 또 어디서 일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빵집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기도 했고.
오늘도 카페의 오랜 단골분께서 방문하셨다. 빵집의 실세 분과 새로운 샌드위치를 이리저리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우스운 일이 있어 깔깔 웃고 있었는데, 그런 나를 밖에서 발견하시곤 반갑게 들어오셨다. 이때의 깔깔도 그냥 하하 웃은게 아니라 입을 하늘로 벌리고 이를 드러내며 크게 으하하하 웃는 바로 그 때.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지나가다가 사장님 웃음소리가 나서 들어왔어요! 좋아 보이시네요!”
민망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순간. 정말 손이라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었으나 참았다. 함께 오시던 다른 분과 함께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하셨다. ‘정말 이곳을 나를 보러 오셨다고?’ 오늘도 두 번이나 있는 일이었지만, 믿기지 않았다. 괜히 으쓱하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하고. 제발 커피가 입맛에 맞아야 할 텐데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그리고 사장님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어색하다.
이렇게 나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사실 빵집에 오시지 않았더라도 내 기억에 특별히 남는 분들이다. 주말마다, 혹은 연차를 낼 때마다, 아기와 함께, 매일 같은 시간에 테이크아웃하시며… 참 다양한 분들이 계셨다. 그런 분들이 모이고 모여서 카페가 잘 되었으리라 지나고 나니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실 운영할 때에는 매일의 매출이라는 수치에 치여 그런 한분 한분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높은 숫자든 아니든 늘 반갑게 찾아 주시던 분들이 있었는데, 가게를 하다보면 높은 매출에 중독되어 버린다. 최고 매출을 찍은 그날은 그렇게 하이텐션이 되고 와주셨던 손님들이 더 기억나고 그랬다. 반대의 날에도 와주신 분들은 꼭 계셨는데도 말이다.
특별히 모난 말투를 지니지도 않았고, 고객님들의 요청에 거부하는 일이 없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매장에는 좋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가게를 하면 별난 손님을 많이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레 겁먹은 나를 위로해 준건 오히려 손님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요상한 손님은 딱 한 분 있다.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한 동안은 평일에 이틀은 4시에 마감한 적이 있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아.. 죄송합니다. 오늘은 저희가 조금 일찍 끝나는 날이라서요…”
“참 나, 무슨 카페가 이렇게 빨리 끝나? 꼴 잘 돌아가네. 곧 망하겠다!”
무슨 공격이라도 할까 싶어 들고 있던 밀대를 꽉 잡았다. 다행히 악담을 퍼부은 후 빠르게 발길을 돌렸다.
아, 그리고 김치가 쫑쫑 들어간 메밀전병을 신나게 꺼내며,
"사장님, 저희 이것 좀 먹을게요! 괜찮죠?"
하시던 분들도 떠오른다.
나도 하나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