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마케터, 나는 현장 바리스타

by 손자몽

남편은 식품회사를 거쳐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마케터로 일했다. 인기 있고 맛있는 브랜드 두 곳을 6년 정도 거치다 보니 국내외의 동향에 대해서는 빠삭한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또 음료나 메뉴의 구성이라던가, 로고는 어느 위치에 어떤 크기가 좋고, 식품 관련된 법, 그리고 손님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내가 준비하며 어떤 것이 고민이다라고 말하면 자판기처럼 그건 이렇게 저렇게 술술 답이 나왔다. 하지만 본인의 지금 일도 바쁘고 대학원도 함께 다니고 있는지라 그 대답을 듣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나의 고민에 대해 먼저 던지면 바로 답을 주지 않는다. 며칠 후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고민을 해보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면 그제야 약간의 힌트를 준다. 그래도 내가 해답을 찾지 못하면 답답했는지 그제야 이런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 카페의 사장은 나다. 하지만 이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남편의 그런 경험과 배경이었기 때문에 배포 있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쁘다는 이유로 나에게 많은 것을 맡겨버리니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내게 다 맡긴 것은 아니었다. 운영하고서 몇 달이 지난 후에 남편은 점점 손을 떼기 시작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묻지요? 내가 매장에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알지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건데요?”

내가 살짝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한숨인지 살짝 웃는 것인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씩 도와주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내가 스스로 생각해보고 매장을 채워나가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손님들의 반응을 내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있으므로 내가 직접 신메뉴 개발의 방향성을 판단하는게 최적이라고 보았던 것 같고. 하지만 당시에는 많이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신메뉴에 있어서도 남편은 철저한 본사의 마케팅 파트이다. 남편은 사진 한 장이라던가, 메뉴 혹은 주재료만 던진다. 예를 들어 ‘맛있는 식빵으로 만드는 버터 토스트’ 미션이 주어지면 현장 직원인 나는 이곳저곳의 식빵을 사서 구워본다. 식빵의 두께와 굽기의 정도 그리고 버터의 종류, 버터는 언제 어떻게 올리지? 버터 커팅은? 식빵 수급과 보관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접시는 어떤 게 좋은지, 최종 플레이팅은? 가격은 어느 정도? 내 머릿속 그리고 손발은 모두 복잡하고 바쁘기만 하다. 내게도 연구소나 메뉴 개발팀을 주세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최종 결과를 남편에게 보고한다. 그러면 남편은 나의 부족한 점과 문제점에 대해 말한다. 나에게 메뉴명을 제시할 때부터 남편의 머리에는 이미 플레이팅과 가격대까지 다 나와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은 세세한 과정은 모르고 ‘그 재료로 만들어 커피와 가볍게 곁들이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가진 것이기 때문에 중간 과정은 절대 생각해 낼 수 없다고 한다.


처음 2023년, 매장을 오픈하며 남편이 제시한 메뉴 두 가지가 있었다. ‘샌드위치’와 ‘말차’였다. 지금은 수많은 스페셜티 브랜드에서도 맛있는 빵집과의 협업으로 커피와 함께 할 샌드위치나 식사 메뉴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그때에는 샌드위치가 지금처럼 모든 카페에서 할 만큼 인기가 정점일 때는 아니었다. 매장 시작 전부터 집에서 6개월 동안 수많은 유튜브, 강의, 책을 보며 메뉴를 만들어 보았다. 어느 정도 맛이 올라왔지만 커피와 함께 하기에는 왕초보 사장인 나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샌드위치는 어느 정도 커피에 대한 감각과 경험이 쌓이면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커피 매출은 어느 정도 올라왔지만, 다른 디저트가 잘 나가지는 않아서 답답하던 때 남편은 다시 말했다.

“이제는 정말 샌드위치를 해야 할 때예요.”

샌드위치도 여차저차 배우고 직원 친구들과 맛을 잡으니 샌드위치가 많이 판매되었다. 빵이 부족한 날에는 빵집 사장님 것까지 부탁해서 판매하기도 했다. 배달도 많이 나갔고, 샌드위치 덕분에 매출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게 되었다.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날은 또 인스타 사진을 보다가 말했다.

“말차가 참 맛있겠네요.”

말차의 인기 시점 한참 전이었다. 나는 다른 일로도 바쁘고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에 못 들은 척을 했다. 그러다 말차의 대 인기가 시작되었다. 가방에 말차를 붓고 하는 외국의 유행을 타고 “말차 있어요?” 하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나는 남편이 말한 지 일 년 반 후쯤에야 말차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말차를 주문해야 하는지도 어려웠다. 쿠팡에서 우선 사보겠다고 했더니

“말차도 우리가 선택하는 커피처럼 맛있고 좋은 것으로 하면 좋겠지요. 인기까지 있다면 더더욱 좋겠어요. 일단 슈퍼말차와 오설록 정도의 브랜드면 어떨까요?”


나는 이번에도 실행 로봇처럼 슈퍼말차와 오설록에 사업자회원으로 가입한 후 샘플을 신청하려 했다. 조금 더 빠르게 사업자회원이 된 슈퍼말차로 만들어보았더니 정말 맛있었다. 바로 메뉴로 올렸더니 반응은 터졌다. 매일매일 격불하기에도 바빴고, 말차가 떨어져 택배를 기다리던 날들도 많았다.

내가 신이 나 샌드위치나 말차가 잘 팔린다고 말하면

“내 말이 맞지요?”

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남편은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당연하지! 남편이 일할 때에는 전문 포토그래퍼가 와서 이런저런 조명과 세팅으로 사진을 찍었으니까! 가게의 많은 메뉴 사진도 주말에 남편이 와서 찍어주었다. 운영이 종료될 즈음, 아이는 엄마집에 잠시 맡겨 두고 남편과 함께 매장으로 갔다. 남편은 빛이 잘 드는 가장 큰 화이트 테이블에서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 자리가 비어야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고, 손님이 떠나시면 나는 남편이 말하는 메뉴를 만들어 서빙한다. 플레이팅이 마음에 들 때까지… 이런저런 비위를 맞추며 또 다른 메뉴를 만들고 옮긴다. 남편이 작업한 많은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 덕분에 매출은 또 늘어났다.


그리고 남편은 매장에 손으로 쓴 안내문을 붙이는 것도 싫어했다. 정해진 규격의 종이에 정해준 폰트-구글 Noto Sans로 쓴 간결한 문구. 우리가 어디 큰 대기업의 매장도 아니고 너무 빡빡하게 규정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정갈하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남편도 같이 커피를 배우기는 했고, 커피 맛에도 민감한 편이지만 어느 정도로 추출하고 물을 얼마 정도 넣은 농도가 좋은지 그런 구체적인 것은 이제 다 잊은 것 같다. 실제로 에스프레소 추출을 해보라고 하면 버벅거릴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메뉴가 인기를 타고 오는지, 어떠한 모양과 방식으로 고객들께 전달되어야 하는지 감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객분들께 어떻게 친절해야 하는지, 노트북 사용 2시간 제한 이런 것은 웬만하면 없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서비스 가이드도 가지고 있었다. 아이스 음료는 10분 만에 다 마셔버리고, 말 수가 많지 않아 카페에서의 만남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모르는 카페의 세계에 대해 남편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카페를 끝내고 마음이 허해지기 전에 또 남편은 나에게 미션을 던진다.

“준비했던 것들과 지금의 마음에 대해 글을 써보세요. 브런치가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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