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어려운 주문 몇 가지

by 손자몽

사실 어려운 것은 없다. 커피를 조금 더 연하게, 진하게를 요청한다거나, 당도 조절, 샌드위치에 특정 재료나 소스 빼기, 따뜻한 물 한잔 같이 정도. 이렇게 한 번에 늘어놓으니 복잡해 보이기는 한다.


매장이 여유로울 때에는 기억력도 좋아서 세부 요청사항을 잘 기억하며 준비한다. 주문서에 이런 사장을 적기도 하고. 그런데 매장이 엄청나게 바쁘다면? 그리고 혼자 일할 때가 아니라 둘이서 일하는데 전달사항 전하는 것을 잊기도 한다.


추가 요청 사항이 있어 기억에 남는 손님 몇 분이 있다. 늘 1시경에 오는 손님이 있었다. 매장이 많이 바쁠 때인데 그분도 그때가 점심시간이라 오시는 것 같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에는 꼭 얼음을 많이 달라고 했고, 얼음물도 같이 요청하신다. 그런데 꼭 바빠서 이 얼음물을 빼먹는 것이다.


“앗, 죄송합니다. 얼음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나중에는 이 손님이 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우리는 자동으로 얼음물을 준비해 드렸다. 단골이 이래서 서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두 잔을 종종 주문하기도 했는데, 한잔은 마시고 가고, 한 잔은 갈 때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주는 데, 갈 때 빨대는 2개를 달라는 요청이다. 결제는 한 번에, 텀블러 밑에 주문서를 끼워둔다.

“가시기 3분 전에 말씀 주시면 텀블러 음료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빨대 2개 요청을 잊었다.

“아! 맞다! 빨대 하나 더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또 기억에 남는 손님은 브루잉을 주로 드신 분인데, 산미 있는 원두를 추천해 달라고 하신다. 그리고 꼭, 2분에 끊어달라고 요청하셨다. 그러니까 커피를 좀 하셨던 분인 것 같다. 본인의 취향, 그리고 만드는 법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는 분. 그런 분은 더 떨린다! 이 주문만 있을 때에는 브루잉 존에 계속 서서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많이 바쁠 때에는 첫타를 붓고 텀이 있을 때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돌아온다거나, 쟁반 세팅을 하기도 한다. 앗 그런데 2분이 넘으려 하는 순간! 달려와서 드리퍼를 뺀다. 휴!


샌드위치도 이틀마다 먹으러 오신 분이 있는데, 이 분은 토마토를 싫어하셨다. 늘 토마토를 빼달라 주문하셨는데, 이 말을 빼먹으면 나중에 다시 꼭 확인해 보았다.

“토마토 빼고 만들어 드릴까요?”

“하하하 네 부탁드릴게요!”

나중에 신메뉴는 토마토 있는 버전으로 먼저 맛을 본 후, 선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햄 빼고 드시는 분들도 있었고, 소스를 적게 발라 달라는 분도 많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주문은 당도 조절이다. 바닐라라떼, 모카라떼, 말차에스프레소 라떼 등 당이 들어가는 메뉴에 더 달게 보다는 덜 달게를 더 많이 요청하신다.

“저희 메뉴가 그렇게 단 편은 아니어서, 한번 드셔보시고 말씀 주시면 시럽 조금 더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보통은 우리의 레시피 대로 달라고 한다.

“오, 사장님 정말 제 입에 딱 맞아요!”

그런데 더 달게를 요청하는 분들의 취향에는 우리의 당도는 조금 부족했다. 그럴 때에는 스텐 샷잔에 시럽을 조금 더 담아 함께 서빙해 드린다.


말차에스프레소 라떼나 바닐라라떼를 주문하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그냥 말차라떼를 먹고 싶기도 하고 샷을 넣고 싶기도 하고, 그냥 라떼를 먹고 싶기도 한데, 달달하게 먹고 싶기도 하고. 그럴 때에는

“그럼 그냥 말차라떼로 준비해 드리고, 샷을 저희가 넣는 양만큼만 따로 담아 드릴게요. 그럼 말차라떼 먼저 맛보시다가 그 양을 보고 샷을 조금 적게 넣으면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보실 수 있겠어요. 어떠세요?”

바닐라 라떼도 그냥 라떼로 만든 후, 핫/아이스에 맞는 바닐라 연유의 양을 따로 담아 드린다.

이러면 만족도 최상!


기억에 진하게 있는 최강의 당도 요청 고객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 4 펌프 넣어 주세요!”

그럴 때에는 내 귀를 먼저 의심한 후 되묻기도 했다.

“네? 4 펌프라고 하셨지요?”

“넵”


살짝 당뇨 걱정 되기는 했지만, 취향이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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