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마실 커피를 찾자

by 손자몽

카페를 끝내고 가장 아쉬운 점은 커다란 공간에서 내 마음대로의 음악을 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내 취향의 커피를 무료로 마시지 못한다는 것. 물론 원두는 내가 산 것이지만.


무카페인 라이프에서 카페를 준비하고 운영하며 카페인에 과다 노출된 사람으로. 내가 아침 세팅을 하던 9시 전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띵해져 온다. 날씨가 흐리다면 더더욱 심하게. 그래서 집에서 브루잉을 내려 마신다. 1구짜리 엘로치오를 가게 시작 전 친구에게 팔았기 때문에 브루잉만 가능하다. 집에서 나오는 작은 얼음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엄청 커다란 원형 얼음틀에 물을 꼭 부어둔다. 핫, 아이스 날씨 따라 선택하기도 하지만 나도 내일 아침 어떤 커피를 마시고 싶을지 모르기 때문에. 정수필터가 브리타도 아니고 그라인더도 EK43이 아니지만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그런데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한 채 어디로 이동하거나, 마실 만한 카페가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갔다면? 일단 카페인만 채우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맛이 없는 커피는 싫다. 열심히 찾아본다. 검색어는 ‘로스터리 카페’, ‘브루잉 카페’, ‘핸드드립 맛집’ 등. 커피에 조금이나마 신경을 쓰는 곳이라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로. 하지만 성공은 쉽지 않더라. 이제는 아예 좋아하는 로스터리의 드립백을 구매해서 들고 다닌다.


더 큰 문제는 동네에서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사실 가게를 오픈하고서 동네의 다른 카페를 방문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의 이야기 등의 소문으로만 맛을 들었지 실체는 모른다. 하지만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곳이 맛이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있다. 원두의 종류라던가, 정수필터는 무엇이라던가. 사실 이제는 간판이나 인테리어만 보아도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 같은 곳이라고 해도, 나를 아는 사장님이 있는 곳으로 가기는 힘들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르고, 그분이 나를 불편해한다면? 또 내가 하던 가게 근처라면 우리 손님이었던 분을 만날지도 모른다. 걱정이 너무 많다. 남편은 이런 나를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런 것이 참 불편한 사람이다.


일단 나를 모르는 카페로 가기로 한다. 그리고 손님들이 주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몇 군데를 꼽은 후 먼발치서 둘러본다. 왜 먼발치냐 하면 용기가 적기 때문이다. 옷가게에서도 직원이 "찾는 것 있으세요?" 라고 하면 도망쳐나오는 사람 나야나.


음, 슬쩍보니 이 카페는 아닌 것 같다. 다른 곳으로 또 가서 아주 멀리서 둘러본다. 여기다! 산미 있는 원두를 골랐지만, 묵직하지 않은 정도와 단맛이 주를 이룬다. 아주 내가 원하는 맛은 아니지만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나쁘지 않은 맛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심지어 적립도 해둔다.


내가 원하는 맛으로 신나게 먹었던 것은 내 카페에서 만이었던 것 같다. 지나고 나서는 이것도 나 혼자만의 만족이었나? 생각될 때도 있지만.

작가의 이전글개인의 차이